문제는 돈이 아니라 칸막이다. 일부에서는 중앙정부가 소방헬기 등 예산지원을 하지 않아서 문제라고 하지만, 오히려 미집행률이 너무 많다. 가령 이번 산불이 일어난 강원도는 미집행률이 20%나 된다.
마침내 강원도 산불이 진화됐다. 언론은 특수소방장비 보강과 소방헬기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기사를 쏟아내고, 기재부는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항상 어떤 사건이 나면 규제가 생기고 예산이 늘어나는 패턴이 반복된다. 그런데 과연 소방예산은 부족한 것일까.
과거에는 어느 정도 그랬다. 지방자치단체가 소방예산을 사용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경우 소방관들의 특근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소방공무원들과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2015년부터 ‘소방안전교부세’를 신설해 소방 투자재원을 지원해 왔다. 재원은 담배소비세의 20%다. 매년 4000억원대의 정부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칸막이다. 일부에서는 중앙정부가 소방헬기 등 예산지원을 하지 않아서 문제라고 하지만, 오히려 미집행률이 너무 많다. 가령 이번 산불이 일어난 강원도는 미집행률이 20%나 된다. 강원도의 2017년 소방안전 특별회계 지출액은 1000억원이다. 2018년도에는 866억원이다. 전체 예산액 1263억원, 그리고 1098억원에서 약 80%밖에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중략)
현행법상 재난관리기금은 예방적 차원에서만 쓸 수 있고 재해구호기금은 임시주거시설 등 임시적인 구호만 지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파손된 주택을 고치는 데는 이 돈을 쓸 수가 없다. 재난관리기금과 재난구호기금에 돈이 쌓이는 이유다. 강원도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은 2017년 말 기준으로 약 200억원씩 400억원이 쌓여 있다. 반면 2017년도 지출액은 각각 63억원, 3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사정을 보면 결국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칸막이 때문에 돈이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소방안전특별회계가 편성된 금액 중 20%나 미집행되고 이월되는 것은 강원도가 예산편성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집행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또한 재해구호기금은 좀 더 적극적으로 쓸 수 있도록 법을 바꾸어야 한다. 한쪽에서는 돈이 없어 문제이고, 다른 한쪽에는 돈이 쌓여 있다. 피가 안 도는 동맥경화처럼 나라 전체가 돈이 안 도는 ‘돈맥경화’에 걸려있다. 내버려 두면 큰 병이 난다.
>>> 원문보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