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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조합장 선거, 왜 ‘돈다발 선거’로 전락했나

조합장 선거를 감시하기 어려운 이유는 조합장이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총회와 이사회의 의장, 직원을 임면하는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장이 ‘왕’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난 3월 13일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열렸다. 이번 동시 조합장 선거는 두 번째이다. 농협 1114명, 수협 90명, 산림 140명 등 총 1344명의 조합장을 선출하는 대규모 선거다. 그런데 436건의 비리가 적발되고, 725명이 단속됐다. 직접 마을을 돌면서 돈다발을 뿌리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농협은 말 그대로 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협동조합이다. 조합을 만들어서 조합원의 이익을 증대하고 유통, 판매마진을 줄여 소비자도 이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썬키스트, 제스프리, 로치데일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농업협동조합 이름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권이 있기 때문이다. 농협에서 농산물 판매를 통해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그 생산된 부가가치를 자체적으로 분배하는 과정에서 생겼다면 농협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 따라 생긴 이권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2017년 농협 구조개편이 있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사업부문 자본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5조원 출자를 결의했다. 이에 따라 ‘농협 사업구조 개편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2015~2016년 각각 1700억원이 들어갔다. 2018년 이후에도 매년 100억~2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앞으로도 계속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중략)

 

개혁을 위해서는 무자격 조합원, 감시가 어려운 구조 등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농협으로 농산물을 출하하지 않는 조합원이 172만명에 달한다. 이들 상당수가 농사를 그만둔 노인이다. 이들이 조합의 혜택을 받아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감시가 어려운 이유는 조합장이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총회와 이사회의 의장, 직원을 임면하는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장이 ‘왕’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런 권한을 축소하고 조합원의 경영 확대, 비리조합장의 입후보 제한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조합장 선거는 ‘비리’ 오명을 벗기 어렵다. 결국은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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