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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나라살림 이슈

[나라살림 이슈] 국회 결산소위 1분당 7416억원 심사?

국회 결산소위 1분당 7416억원 심사?

올해 결산심사-의결 하루만에 처리한 상임위 2곳⋯코로나19 없어도 결산은 무용지물

 

김유리 연구원

 

국회가 얼렁뚱땅 결산심사를 넘기고 있다. 국회법상 결산심사를 종료일인 8월31일 현재 결산심사를 끝낸 상임위는 단 2곳. 그나마도 심사-의결을 하루 만에 처리해 졸속 심사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회 폐쇄 탓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결산심사는 총6개 상임위에서 난항을 겪었다. 그나마 진행된 상임위에서도 결산심사는 소홀했다. 한 상임위는 결산심사 소위를 단 92분에 끝마쳐 1분당 7,416억원을 심사한 꼴이 됐다.  

 

올해 결산심사 파행 시작⋯논의-의결 하루만에 통과시킨 상임위도 2곳 

지난 6월1일 정부에서 2019년 결산심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상임위별로는 같은 달 16일(법사위,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위, 외교통일위, 보건복지위, 기재위, 국방위, 정보위)과 29일(농림축산식품해양위, 문화체육관광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행정안전위, 여성가족위, 국토교통위, 국회운영위, 환경노동위, 교육위, 정무위)에 회부됐다. 상임위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예산과 결산 심사를 다루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는 마지막으로 8월24일 결산심사안이 회부됐다. 

 

회부가 개별 상임위에 결산심사안이 제출된 것이라면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올려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은 상정이다. 이 상정일은 상임위 회부일에서 두달 가량 후인 8월20일~26일까지 진행됐다.  

 

올해는 총선이 치러진 해였다. 21대 국회는 임기가 시작한 6월5일 개원했어야 했지만 여야 원구성 협상이 늦어져 실제로는 7월16일 개원했다. 임기시작 시점보다 47일 늦어진 1987년 이후 가장 늦은 개원이었다. 지난 26일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국회 폐쇄까지 겪으며 국회 의사일정 진행이 쉽지 많은 않았다는 점도 있다.   

 

[20대 국회의 2019회계연도 결산안 심사 현황]

상임위

회부일

상정일

의결일

법사

6.16

8.25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6.16

8.25

 

외교통일

6.16

8.24

 

보건복지

6.16

8.26

8.26

기재

6.16

8.2

 

국방

6.16

8.25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6.29

8.24

 

문체관광

6.29

8.25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6.29

   

행안

6.29

8.21

 

여가

6.29

   

국토

6.29

8.25

8.25

국회운영

6.29

8.25

 

환노

6.29

8.2

 

교육

6.29

8.25

 

정무

6.29

8.25

 

정보

6.16

8.25

 

예결위

8.24

8.24

 
자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재구성 

 

 

문제는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 상임위 결산심사가 졸속으로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는 결산심사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린 8월26일과 8월25일 하루 만에 심의를 끝내고 결산심사안을 통과시켰다. 

 

각 상임위는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기 어려운 안건을 소위원회에 회부해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예산안과 결산안은 특히 다른 안건과 별도로 예산결산심사소위를 두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보건복지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는 소위 회부조차 하지 않고 전체 회의 단 하루 만에 심사를 끝마친 것으로 보인다. 

 

26일 국회가 폐쇄되면서 8월30일 현재 해당 상임위 영상회의록이나 회의록 등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단 하루 만에, 몇 시간 동안 논의했는지, 그 시간 안에 얼마나 밀도 높은 결산 심사가 이뤄졌을지 의문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는 8월30일 현재 결산안을 상정조차 하지 못 한 상태다. 국회법 제218조의2(결산의 심의기한)조항을 보면 결산에 대한 심의⋅의결을 정기회 개회 전까지 완료하도록 했다. 국회법에 따른 정기국회 개회일은 매년 9월1일. 따라서 결산심사 완료는 8월31일까지 마쳐야 한다. 

 

 

20대 국회 결산심사 역시 소홀⋯지난해 결산 파행 상임위 6곳  

올해 결산심사만 소홀한 것일까. 20대 국회 전체 결산심사를 돌아봤다. 2015~2018년 정부는 매년 5월31일 전년도 결산심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상임위별 결산심사는 2019회계연도 결산과 마찬가지로 상임위 회부-전체회의 상정-예산결산심사소위 검토-전체회의 의결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각 상임위원회는 최소 2일에서 5일 가량 회의를 진행했다. 상임위별로 운영 형태가 다르지만 보통 상정 혹은 의결을 위한 전체회의에서 심도깊은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의일은 최소 1일로 줄어든다. 본예산 기준 2015년 374조~2018년 428조 가량의 정부 씀씀이에 대한 평가가 단 하루만에 이뤄지고 있다. 

 

 

[2015~2018회계연도 결산안 국회 심사 현황]

상임위

2018회계연도

2017 회계연도

2016회계연도

2015회계연도

상정

소위

의결

상정

소위

의결

상정

소위

의결

상정

소위

의결

운영

-

-

-

8.28

8.30

8.30

8.22

8.23

8.24

7.13

7.14

7.15

법사

-

-

-

8.22

8.23

8.29

8.21.

8.22

8.23

7.11

7.14

7.18

문체

8.21

8.22

8.29

8.27

8.28.

8.29

8.21

8.22-23.

8.24

7.11

7.12-13

7.21

정무

8.22

8.26-28

9.02

8.21

8.22-23.

8.27

8.21

8.22-23

8.24

7.11

7.12-13

7.14

국방

8.21

8.22-23

9.04

8.21

8.22-23.

8.24

7.04

8.21-22

8.23

7.07

-

7.11

환노

8.20

8.22

8.29

8.22

8.23.

8.23

8.22

8.22

8.23

7.08

7.12

7.14

정보

9.24

9.25

-

8.28

8.28-29.

8.29

8.28

-

8.29

7.15

-

7.18

기재

8.22

8.23

-

8.21

8.22

8.23

8.23

8.23

8.28

7.11

7.12

7.13

복지

8.19

8.20

8.21

8.21

8.27-28.

8.28

8.16

8.22

8.23

7.11

7.12-13

7.14

여가

-

-

-

8.22

8.27.

8.28

8.21

8.23

8.28

7.15

7.18

7.20

국토

8.20

8.21

8.23

8.21

8.22

8.23

8.22

8.23

8.23

7.11

7.12

7.14

농축

8.21

 

8.29

8.21

8.22

8.23

8.22

8.23

8.23

7.12

-

7.14

외통

9.16

9.17

9.18

8.21

8.22

8.23

8.21

8.22

8.24

7.11

7.12-13

7.14

과기

-

-

-

8.22

8.23.

8.24

-

-

-

7.11

7.13

7.14

행안

8.20

8.22-23

8.26

8.21

8.23/27/28.

8.28

8.21

8.22

8.23

7.07

7.11-12

7.13

산자

9.02

9.03

9.05

8.21

8.22-23.

8.23

8.22

8.23

8.28

7.13

7.14-15

7.15

교육

8.20

8.22

8.26

8.21

8.22.

8.23

교육문화체육관광위 포함

교육문화체육관광위 포함

자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재구성. 주1. 2016-2015회계연도 교육위원회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통합돼 운영되다 2017회계연도(2018년)부터 교육위원회로 분리, 운영됨.  

 

특히 2018회계연도 결산을 다뤘던 지난해 국회는 방만하게 운영됐다. 국회 운영위는 물론이고 법제사법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는 결산 심사 절차를 진행조차 하지 못했다.

 

이 중에서도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는 20대 국회 4차례 결산 중 2017⋅2015회계연도에 대해서만 진행했을 뿐이다.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는 20대 국회 내내 언론 중립성 관련 이슈로 잦은 파행을 겪은 것으로 유명하며 그 여파가 결산심사까지 미쳤다.  

 

정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는 결산안을 상정했으나 의결을 완료하지 못한 채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공을 넘겼다. 

 

결산심사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한 상임위도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9월2일 결산안을 상정, 3일 예산결산심사소위를 거쳐 9월5일 의결했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보다 늦은 9월16일 상임위에 결산안을 상정해 17일 예살결산심사소위, 18일 전체회의 의결 절차를 진행했다. 

 

정기국회 시작 전까지(8월31일) 상임위 결산 심사를 끝내라는 국회법 제 128조는 지난해에도 무시됐다. 지난해 정기국회는 9월2일 시작했다. 

 

상임위에서 책임지지 못한 결산심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로 대체됐다. 2018회계연도 결산심사를 기준으로 보면 17개 상임위가 결산심사에 할애한 시간은 총4039분이다. 한 개 상임위 당 평균 235분으로 4시간에 채 못미친다. 

 

국회에서 예산결산심사를 다루는 각 상임위별 예산결산심사소위 중에서는 교육위원회가 1시간30여분 회의 만에 결산안 심사를 끝마쳤다. 2018회계연도 교육부 본예산은 68조2322억원이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만 보면 1분당 7,416억원에 대한 심사가 이뤄진 것이다. 

 

[2018회계연도 국회 상임위별 결산 현황]

상임위

상정일

회의시간(분)

소위

회의시간(분)

의결

회의시간(분)

국회운영

-

-

-

-

-

-

법사

-

-

-

-

-

-

문체

8.21

148

8.22

132

8.29

7

정무

8.22

1

8.26-28

287

9.02

4

국방

8.21

197

8.22-23

255

9.04

164

환노

8.20

121

8.22

156

8.29

7

정보

9.24

-

9.25

-

-

-

기재

8.22

369

8.23

112

-

-

복지

8.19

250

8.20

316

8.21

8

여가

-

-

-

-

-

-

국토

8.20

210

8.21

188

8.23

6

농축

8.21

-

-

-

8.29

7

외통

9.16

32

9.17

122

9.18

46

과기

-

-

-

-

-

-

행안

8.20

157

8.22-8.23

179

8.26

8

산자

9.02

-

9.03

334

9.05

10

교육

8.20

106

8.22

92

8.26

8

합계

 

4039

예결위 합계

2019.08.26~2019.10.22 전체회의6회/ 결산심사소위 3회

3352

자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재구성

 

2018회계연도 시정요구 868건, 감사요구 2건⋯외통위 2조5천억 사업 집행에 시정요구 0건? 

결산심사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9년도 심사백서를 보면 상임위는 부처별로 시정요구 총 868건, 부대의견 42건, 감사요구 2건을 제기했다. 파행한 국회운영위, 법사위, 기획재정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여가위는 당연하게도 시정요구사항이나 부대의견, 감사요구가 없었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상정과 의결을 위한 전체회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결산심사소위가 구성돼 운영됐음에도 시정요구사항이나 부대의견, 감사요구는 없었다. 당해연도 외교부 예산은 2조2,707억원, 통일부는 3,075억원이었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상정일이 한미정상회담 1주일 전으로 현안질의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결산안은 상정-제안설명으로 32분을 할애했을 뿐이다. 의결이 있던 날 전체회의는 44분 진행됐다. 그나마 국감 진행 계획 채택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예산결산소위에서는 약 2시간 가량 진행됐으나 특별한 시정요구 사항을 채택하지는 않았다. 2조5천억원 사업에서 시정요구가 단 1건도 없었다는 것은 정말 외교부와 통일부가 예산 집행의 모범이기 때문일까. 

 

[2018회계연도 국회 상임위별 결산 심사 결과]

 

위원회

시정요구유형

부대

의견

감사

요구

변상

징계

시정

주의

제도개선

(중복)

국회운영

-

-

-

-

-

-

-

-

-

법제사법

-

-

-

-

-

-

-

-

-

정무

-

-

14

70

90

-

174

-

-

기획재정

-

-

-

-

-

-

-

-

-

교육

-

-

5

27

18

-

50

-

-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

-

-

-

-

-

-

-

-

외교통일

-

-

-

-

-

-

-

-

-

국방

-

-

14

30

10

-

54

2

2

행정안전

-

-

8

27

13

-

48

24

-

문화체육관광

-

-

6

15

9

-

30

1

-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

-

8

10

70

-

88

12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

-

2

26

109

-

137

1

-

보건복지

-

-

3

20

72

-

95

1

-

환경노동

-

-

4

22

57

2

81

-

-

국토교통

-

-

33

33

45

-

111

1

-

여성가족

-

-

-

-

-

-

-

-

-

합 계

-

-

97

280

493

2

868

42

2

자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9년도 심사백서

 

국회법 제84조(예산안⋅결산의 회부 및 심사)제6항은 의장이 예산안과 결산을 소관 상임위에 회부할 경우 심사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상임위가 이유 없이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원활한 의사진행을 위해 도입된 조항이나 상임위에 대한 결산 심사권을 존중하지 않는 조항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미 올해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결산 심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다. 심사를 받아야 할 각 부처 장관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참석이 우선인 상황에서 상임위의 결산심사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예산안의 경우 상임위 예비심사를 존중하도록 한 장치가 되어있지만 결산심사는 그 마저도 없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위원회가 20대 국회에서 결산심사를 절반 밖에 받지 않아도 됐던 구조, 지난해 결산심사를 진행하지 않은 상임위가 4개나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결산은 단순히 지난 회계연도에 지출한 예산을 검토하고 끝나는 자리가 아니다. 정부가 회계연도 내에 추진한 정책을 예산 집행상 결과로 종합평가하는 제도로 차기년도 예산 심사를 위한 중요한 기초 작업이다. 평가 없이 새로운 예산을 세울 수는 없는 법, 국회 상임위 예산이 심도 있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