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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나라살림 이슈

“한국은 기후악당이다”에 대한 답 “나(개발도상국)때는 말이야”

[나라살림 팩트체크] ‘한국은 기후악당’ 인가 

-영국 연구기관 '기후행동추척', 한국 포함 4개국에 '기후악당' 명명 
-한국 공적금융기관의 석탄금융 투자 여부가 관건 

 

지난달 12일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한 부처 장관 난상토론이 벌어진 청와대 국무회의 자리.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기후악당’을 언급했습니다. (참고: 한국경제 2020.05.20 문 대통령 “한국이 ‘기후악당’이라니⋯ 동의 힘들다”)

 

기후악당이란 영국의 민간 기후변화 연구기관인 기후행동추적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한국을 ‘세계 4대 기후악당 국가’로 발표하면서 나온 말입니다.  

 

한국이 ’기후악당’으로 처음 언급된 건 201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후행동추적’은 보고서에서 🛆1인당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속도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 지원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폐기 등을 이유로 한국을 ‘기후악당’ 4개국에 포함시켰죠. 

 

최근 이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입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지난 3월 10일 한국 정부에 서한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신규 석탄발전 사업 금융 제공을 지적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국제적 노력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보냈습니다. 

 

여기서 지적한 ‘해외 석탄금융’이란 국내 기업이 해외 석탄발전 사업 수주를 지원할 목적으로 지원하는 무역보험이나 대출 등을 일컫습니다. 제공기관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3개 기관입니다. 

 

그럼 한국은 지금 석탄금융을 지원하고 있을까요? 

 

2020년 6월 현재 기준으로 말하면 한국의 석탄금융 지원은 없습니다. 관련한 최종 결정은 2018년에 끝났습니다. 해당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제공한 대출은 2018년까지 총 12건 총 5,468백만 USD (6조 1,788억원)입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베트남 Ngi Sonh 2 사업에 935백만 USD으로 가장 큰 대출 약정금액이 결정됐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 석탄발전 금융제공 현황(2018년 9월 기준, 단위: 백만 USD)

소재국

사업명

대출계약 

체결연도 

총 대출 

약정금액

한국 참여자

(지분참여, EPC)

인도

Mundra UMPP

2008

700

두산중공업, 한국전력기술

인도네시아

Cirebon 1

2010

238

중부발전, 삼탄, 두산중공업

Cirebon 2

2017

521

중부발전, 삼탄,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베트남

Mong Duong 1 

2013

510 

현대건설

Mong Duong 2

2011

589

포스코에너지, 두산중공업

Thai Binh 2

2013

600

대림산업

Ngi Sonh 2

2018

935

한국전력, 두산중공업

Song Hau

2016

480

두산중공업

Vinh Tan 4

2014

455

두산중공업

모로코

JorfLasfar

2012

290

대우건설

칠레

Nueva Ventanas

2007

50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Cochrane

2013

100

포스코건설

석탄화력 총계 (12건)

5,468백만 USD (6조 1,788억원)

출처:박지혜, 이소영, 김주진, 투자자와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나쁜 투자, 2019.1., 사단법인기후솔루션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018년까지 해외 석탄발전 사업 총 10건에 대해 4,575백만 USD (5조1,698억원)입니다.  가장 최근 사업결정은 2017년 베트남 Song Hau사업에 수출신용 부보금액 518백만 USD가결정됐습니다. 수출신용 부보금이 가장 큰사업은 2011년 베트남 Mong Dungh2 사업으로 839백만 USD입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해외 석탄발전 금융제공 현황 (2018년 9월 기준, 단위: 백만 USD)

소재국

사업명

수출신용계약체결연도

수출신용 부보금액주1)

대출계약 체결 연도

총 대출 약정금액

한국 참여자

(지분참여, EPC)

인도

Mundra UMPP

2008

310

2008

327

두산중공업

인도네시아

Kalsel

2016

485

2016

485

동서발전

베트남

Mong Dungh 2

2011

839

2011

839

포스코에너지, 두산중공업

Long Phu 1 

2016

122

-

-

KC코트렐 등

Vinh Tan 4

2015

455

2014

455

두산중공업

Vinh Tan 4 Extension

2016

341

2017

341

두산중공업

Song Hau

2017

518

2106

518

두산중공업

터키

Tufanbeyli

2012

578

2012

578

SK건설

칠레

Angamos

2008

677

2008

677

포스코건설

Cochrane

2012

250

2013

250

포스코건설

석탄화력 총계 (총 10건) - 수출신용부보금액

4,575백만 USD (5조1,698억원)

출처: 박지혜, 이소영, 김주진, 투자자와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나쁜 투자, 2019.1., 사단법인기후솔루션 

주1. 최초 수출부보 지원약정 체결 시 금액 기준 

 

 

한국산업은행

한국산업은행의 해외석탄발전 금융제공은 총 2건으로 3,356억원입니다. 2016년 인도네시아 kalsel 사업으로 총 대출 약정금액은 2,622억원입니다.  

 

 한국산업은행  해외 석탄발전 금융제공 현황 (2018년 9월 기준, 단위: 백만 USD)

소재국

사업명

대출계약 

체결연도 

총 대출 

약정금액

한국 참여자

(지분참여, EPC)

인도네시아

Kalsel

2016

2,622억원

한국동서발전,

현대엔지니어링

호주

Millerman주1)

2013

734억원

대림에너지

석탄화력 총계 (2건)

3,356억원

출처:박지혜, 이소영, 김주진, 투자자와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나쁜 투자, 2019.1., 사단법인기후솔루션

주1. KDB인프라 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IAMCO Millmerran 파워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에서 대출 실행 



하. 지.만. 한국의 석탄금융 지원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잠깐 멈춘 상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2000MW 규모)와 베트남 붕앙 2(1200MW 규모) 석탄화력발전 사업 투자를 추진 중입니다. 

 

해외 진출을 위한 보증•대출 등 금융지원은 여전히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몫이고요. 3개 기관은 이미 2018년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진척이 없습니다. 

 

석탄발전 산업은 빠르게 선긋기가 진행되는 분야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환경적인 이유죠.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지적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습니다.  2015년 12월 파리협정 이후 탈석탄, 탄소배출 규제 등 세계는 기후변화에 공동대응하기로 했습니다. 

 

국제적인 환경단체와 석탄발전소 건설 예정지 주민들도 반대하고 있죠.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올해 1월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입장을 밝힌 한국전력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고요. 

 

자와 9, 10기 건설 예정지인 인도네시아 주민들은 지난해 8월 직접 한국을 찾아왔습니다. 한국 법원에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을 상대로 무역보험 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 위해서였죠.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막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보증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올해 4월 개최한 2019년 경영실적평가 주요사업 실사 자료를 보면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던 석탄화력발전이 환경규제 강화로 발주 급감”하고 있다는 상황이 언급돼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요원하죠. 

 

숨겨진 진짜 문제는 사업 자체의 경제성입니다.

 

유럽연합 내 18개국에서는 이미 2017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 가운데 평균 77%가 취소됐습니다. 사업성 자체가 떨어진다는 이유입니다. 

 

자와 9,10호기 사업의 경제성은 어떨까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1월 한국전력의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 사업의 KDI 예비타당성 조사를 확인한 결과 수익성이 -102억원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지분율을 15%에서 12%로 낮춰 예비타당성 평가를 피해 가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하네요. 대체제인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서 석탄 산업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석탄발전 투자는 다른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세계 2위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한국전력을 투자금지기업으로 지정했습니다. 석탄발전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죠. 

 

기후행동추적이 올해 2월 낸 보고서 ‘탈석탄 사회로의 전환’을 보면 2019년 조사 결과((Farrow, Anhäuser, Myllyvirta, & Son, 2019) 한국은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 규모가 G20 국가 중 3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나 때는 말이야’ 마인드인 것 같습니다. 처음 언급했던 기사를 보면 청와대와 정부는 한국이 과거 개발도상국이었을 때 기술과 비용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석탄화력발전소에 의존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도 석탄발전을 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겠죠. 

 

정리하면 청와대와 정부의 ‘한국은 기후 악당이 아니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국내에서는 탈석탄 정책 기조를 세웠지만 세계적인 탈석탄 사회 전환에 기여하고 있느냐 하는 질문은 아니다입니다. 

현재 석탄발전에 대한 금융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건 맞지만 완전히 끝내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전력이 사업을 추진하면 또다시 공적금융 지원이 예상되는 사업이죠. 사업 참여자인 한국전력이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사업을 추진 중이니 지켜봐야할 사안입니다. 

 

+참고자료 

박지혜, 이소영, 김주진, 2019.01., ‘투자자와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나쁜 투자;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국내•외 석탄 금융 현황 및 문제점’, 사단법인 기후 설루션

Climate Analytics (2020). Transitioning towards a coal-free society: science based coal-phase put pathway for South Korea under the Paris Agre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