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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한겨레] “도서관 폐쇄에 독서실 등록”…비용 늘자 끼니를 줄였다(5/11)

서울의 한 사립대 졸업반인 박은비(가명·23)씨는 이번 학기에 휴학을 선택했다. 코로나19 확산 뒤 대학이 원격강의 기간을 연장한 탓에 강의를 듣느니 취업 준비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라 은비씨의 주거비 부담은 늘어났다. 월 15만원을 내던 기숙사를 나와 월세 38만원짜리 셰어하우스(공유주택)에서 자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변에서 월세가 가장 싼 방이었다. “휴학하면 기숙사를 이용할 수가 없어서 쫓기듯 이사를 했어요. 한 사람 오갈 공간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좁은 방이에요.”

(중략)

 

코로나19 확산 이후 서울에 살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상황은 대개 은비씨와 비슷했다. 벌이는 줄고 씀씀이는 늘었다. <한겨레>가 ‘나홀로 서울살이’를 하는 20대 청년 10명의 최근 넉달치 수입·지출 내역을 살펴보니, 이들은 알바 자리가 줄면서 수입도 준 반면 학교 기숙사나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탓에 주거비와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어나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다.

도서관 폐쇄되자 독서실 끊고 책 사느라 허덕

 

<한겨레>의 인터뷰에 응한 청년 10명 가운데 5명은 코로나19 이후 구직 관련 비용이 늘었다고 밝혔다. 적게는 월 1만5천원에서 많게는 12만원을 더 썼다.서울 소재 국공립대에 다니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김준수(가명·26)씨는 지난 2월 학교 도서관이 폐쇄되자 한달에 12만원을 내고 독서실에 등록했다. 독서실에서도 마음 놓고 공부하긴 어려웠다. 고정석이 없는 ‘개방형 독서실’인 탓에 준수씨와 비슷한 이용자가 몰리자 곧 자리가 부족해졌다. 새벽에 일찍 가서 자리를 맡지 못하는 날엔 카페에서 시험 준비를 해야 했다. “허기가 져서 점심이라도 먹으려면 짐을 챙겨 밖에서 끼니를 때우고 다시 카페로 가곤 하니까 돈이 이중삼중으로 나가죠.

 

부모님에게 지원받는 매달 50만원의 생활비가 전부인 준수씨에게 독서실 비용은 생활비의 4분의 1을 덜어내는 큰 부담이다. 마스크를 사는 돈조차 부담되는 형편이다. “저는 하루 밥값에 1만원도 안 쓰거든요. 편의점에서 닭가슴살 하나 사먹고 말거나 한 끼만 먹고 버티는데, 일주일에 마스크를 2장만 사도 4천원씩 쓰는 거잖아요. 그 부담도 작지 않게 느껴져요.”올 2월 학업을 마친 김신영(24)씨도 “코로나19 확산 뒤 도서구입비가 늘었다”고 말했다. 언론사 취업을 준비하는 그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하지만 학교 도서관이 폐쇄돼 책을 빌릴 수 없게 됐다. 그는 “약속을 취소하며 지출도 줄였는데 취업 준비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을 포기할 순 없었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데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돈이 가장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아버지 회사도 휴업으로 어려운데…”

 

청년들의 늘어난 생활비는 그들의 부모에게도 부담을 안기고 있다. <한겨레>가 인터뷰한 내용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이후 가계 형편들이 나빠졌는데도 청년들 대다수가 부모에게서 받던 지원금을 그대로 받거나 혹은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자취를 하면서 구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은 부모에게 마음의 짐이 크다고 털어놨다. 채용 시장이 얼어붙자 졸업을 미룬 이세연(26)씨는 가족에게 월세를 지원받고 있는데, 마음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세연씨는 “아버지 회사도 코로나19로 휴업을 하고 있는 상태라서 죄송스럽고 부담스럽다. 어학 학원에 다니는 대신 녹음 파일로 영어 공부를 하는 등 부담을 드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략)

 

궁지에 몰린 청년들은 “끼니부터 줄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출판사를 지원 중인 박하나(가명·25)씨는 “원래 삼시 세끼를 외식으로 해결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집에서 미리 밥을 먹고 나가거나 아예 식사를 거르고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다. 카페도 무조건 저렴한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끼니를 줄여도 버티지 못하면 빚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대출 연체금액 증가율은 모든 세대 중에 20대가 4.3%로 가장 높았다. 청년들의 ‘코로나 블루’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도서관 폐쇄에 독서실 등록”…비용 늘자 끼니를 줄였다

‘코로나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⑤취업준비생/서울살이 청년 10명의 가계부10명중 5명이 “코로나 이후 구직비용 늘어”“기숙사 나오니 월세가 38만원”“하루 밥값 만원도 안 써요”“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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