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군인연금 부채 증가폭이 대폭 줄어들면서 회계조작 논란이 제기됐다. 정부는 규정에 따라 현실적인 전망치를 반영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미 매년 4조원가량의 혈세를 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쓰고 있는 만큼 확실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는 944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역대 최대 규모였지만 매년 약 100조씩 늘어나던 것에 비해선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전체 국가부채 1743조6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4.2%로 전년 55.8% 대비 소폭 감소했다.
연금충당부채의 증가세가 급감한 원인은 물가·임금상승률 조정에 있다. 2015년 이후 5년 만에 2020년 장기재정전망을 세우면서 새로 추계한 데이터를 반영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2.0%로, 임금인상률은 5.3%에서 3.9%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재정 부담이 감소했고,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 규모는 96조2000억원이나 줄었다.
문제는 이처럼 임의로 새로운 물가·임금상승률을 반영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2020년 장기재정전망은 미발표 자료로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2015년 장기재정전망 자료가 처음 적용된 시점도 2015년 회계연도였다. 과거 전례를 따른다면 올해 결산 때 새 전망치를 반영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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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부는 국가가 세금을 활용해 지급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재정수지 악화로 각각 1999년, 1973년 이후 적자분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올해 예산에도 두 연금의 보전금으로 약 3조원이 반영됐다. 매년 보전금 규모가 증가해 오는 2060년에는 각각 11조6398억원, 8조9768억원을 국민 돈으로 내야 한다. 공무원 증원,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연금 지급액을 줄이거나 보험료율을 높이는 식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군인연금은 과도한 혜택을 받고 있어 개혁 1순위로 꼽힌다. 지난 2018년 기준 퇴직연금 수급자 1인당 국가보전금은 군인연금 1535만원, 공무원연금 475만원이다. 군인에게 지급되는 혈세가 일반 공무원에 비해 약 3.2배 높은 수준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혁을 통해 상당 부분 개선됐다"면서 "그러나 군인연금은 2013년 손을 보면서도 내는 돈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타가는 구조를 바꾸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인연금에 방점을 두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