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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오마이뉴스] 코로나19, 이쯤하면 언론이 악당

"강 장관의 인터뷰와 관련해 국내 여론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아직 한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진정된 것이 아닌데 벌써부터 정부가 자화자찬에 나서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실제 질병 확산 방지는 의료진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가 격리를 통해 이뤄졌는데 정부가 한 일도 없이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 <BBC 출연해 '한국식 코로나 대응' 자화자찬한 강경화>, 3월 15일 <한국경제> 기사 중

15일(현지 시각) 영국 BBC <앤드루 마 쇼>에 출연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화상 인터뷰에 대해 "자화자찬"이라고 공박한 이 기사는 현재 한국경제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서 모두 삭제된 상태다.

 

(중략)

 

<한국경제> 기사 또한 강 장관의 발언을 소개한 뒤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프랑스 AFP 통신 등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호평한 사례를 열거했다. 하지만 제목으로 뽑은 '자화자찬'의 근거는 앞서 소개한 한 누리꾼의 주장뿐이었다.

'자화자찬'이라 공박하기엔 근거 자체가 부실했다. 강 장관의 인터뷰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마저 엿보였다. 결국 기사 자체를 삭제한 <한국경제>는 이에 대해 어떤 언급이나 사과도 없었다. <한국경제> 사례 하나면 다행이다. 최근 코로나19 보도를 둘러싼 국내 언론의 '기사 삭제'가 잇따르고 있다. '오보'에 이은 사과와 정정보도 또한 열거하기 벅찰 정도다. 왜 이러나를 넘어 정말 이래도 될까를 근심해야 할 지경이다.

 

(중략)

 

13일 오후 YTN은 <"마스크 빨리 달라" 대기 줄에 '버럭'... 70대 쓰러져 숨져>란 단독보도를 삭제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던 70대 남성이 돌연 쓰러져 사망했다는 이 보도는 몇 시간 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첫 보도 3시간여 뒤, YTN은 <"마스크 빨리 달라" 항의하던 70대 쓰러져 중태>란  후속보도에서 사과와 함께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YTN은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원이 심정지 상태인 김씨를 병원에 이송했다고 발언함에 따라 사망 상태로 이해하고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며 "하지만 병원 응급실에 추후 확인 결과 김씨가 숨진 것이 아니라 위중한 상태임을 확인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YTN 첫 보도 후 <뉴스1>이 이를 따라 보도했고,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디스패치> 등 사이트에는 <뉴스1> 보도가 게재됐다. <한국경제>는 <마스크 사려고 줄 서던 70대 남성 쓰러져 사망 사고>란 자사 기사를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코로나19 속보 경쟁에 나선 언론들이 한 사람의 목숨을 들었다 놨다 하는 광경이었다.

 

(중략)

 

<조선일보>도 빠질 순 없었다. 지난 9일 <조선일보> 사회면에 실린 <코로나 난리통에... 조합원 교육한다고 딸기밭에 간 서울대병원 노조> 기사가 문제였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민주노총 산하인 서울대병원 노조가 우한 코로나 사태 와중에 노조 교육이라며 단체 휴가를 내고 딸기 따기 체험을 가 논란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보도 당일 서울대병원 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원래 1분기 진행될 조합원 교육은 딸기농장체험으로 예정되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진작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었으며, 이로 인해 딸기농장 예약도 모두 취소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노조는 "어쩌면 조선일보는 전화 한 통이면 되었을, 사실관계 확인조차 거치지 않고 그대로 기사를 작성하고 이를 검토해야 할 데스크조차 이를 유포한 것"이라며 "언론중재위원회 정정요청 및 손해배상 신청 등을 할 예정이며, 조선일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강력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략)

 

청와대와 방역당국, 유관 학회가 일제히 반박한 기사도 있었다. 위와 같이 "해당 (과학전문)기자가 기사가 작성되는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습니다"라는 납득하기 힘든 사과문을 게재한 <한국일보>의 지난 15일 <미국 FDA "한국 코로나 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 기사였다.

발단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 하원 관리개혁위원회 청문회 발언이었다. <한국일보>가 미국 NBC 뉴스의 15일 보도를 인용, 이 청문회에서 마크 그린(테네시·공화) 의원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질의한 발언을 전하며 미 FDA(식품의약국)의 공식입장인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중략)

 

<한국일보>의 보도 직후, 공식 반박은 물론 소셜 미디어상에서도 팩트 체크가 쏟아졌다. 즉, 미국(항체검사법)과 한국(유전자검출검사법)은 엄연히 다른 검사법을 채택 중이고,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유전자검출검사법을 코로나19 환자 진단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

보도 당일 오후 10시께 <한국일보>는 기사 제목을 <한국 진단키트 신뢰성 논란, 미 의원 "적절치 않다" vs 질본 "WHO 인정한 진단법">이라 수정하고 질병관리본부 측 해명을 수정 기사에 반영했지만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 리 만무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각각 반박 입장문을 냈다. 특히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17일 6개 유관단체가 코로나19 진단 검사 전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COVID-19 (코로나19) 진단검사에 대한 담화문'을 재차 발표하기도 했다. 그 사이 <한국일보>를 향해 '코로나19와 싸워야 할 정부와 방역당국이 왜곡 기사와도 싸워야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었다.

 

(중략)

 

오보와는 양상이 다르지만, 감염병 보도에서 우리 언론이 즐겨 쓴 '나쁜 표현'을 한 번쯤 접해 봤을 것이다. 바로 "뚫렸다"란 표현 말이다. 한국기자협회가 마련한 재난보도준칙이나 코로나19 보도 준칙을 스스로 깨뜨리는 듯한 이 표현을 지적한 이가 있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16일 본인의 페이스북과 '이상민의 틀린뉴스 바로잡기'(<마스크 매점매석보다 더 나쁜 언론의 코로나19 보도>)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코로나+뚫렸다'란 단어가 함께 들어간 기사들의 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주요 포털에서 지난 한 달간 '코로나+뚫렸다'로 검색된 기사량은 총 1300건이 넘었다. 개별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양도 상당했다.   

"중앙 일간지는 신천지 비판과 정부비판으로 물 만난 국민일보, 중앙일보, 세계일보가 '탑티어'(Top-Tier)를 형성한다. 한국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그 뒤를 잇는다. 11건의 경향신문도 반성하자. 내일신문과 한겨레는 칭찬할 만하고(중략).

인터넷 언론은 편차가 심하다. 노컷뉴스, 뉴데일리는 건수가 많다. 다만 민중의소리,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뉴스톱은 단 한 건도 없다. (KBS, 미디어오늘은 검색되는 기사가 있지만 모두 내용상 그런 보도를 하지 말자는 기사다) 그래도 진보적 성향의 인터넷 매체는 KBS와 더불어 단 한 건도 뚫렸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기레기'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세월호 참사 보도나 역시나 재난보도준칙이 강조됐던 메르스 사태 당시 보도 양상보다 훨씬 더 악화된 양상이다. 속보 경쟁에 따른 부실한 팩트 체크, "뚫렸다"와 같이 공포를 조장하는 선정적 보도, '중국인 혐오' 등과 같은 혐오성 보도에 더해 4.15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의 정부 대응을 어떻게든 실책과 실패로 연결 지으려는 정파적 보도가 난무 중이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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