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17.08.01.
목표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상황을 모면하고 연명하게 할 것인가. 이참에 산업구조 개혁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의 대형 플래카드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 15일 올해 최저시급액 6470원에서 1060원 인상을 의결했다.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래 최대 규모이며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인상률인 16.4%를 기록했다. 현 정권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한 첫단추다.
이례적으로 사용자위원들 쪽에서 공익위원들이 근로자 편만 든다면서 자신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된 것을 실감한다. 아무튼 최저임금 인상 결과 월 소정 근로시간 209시간을 곱한 월급 환산액은 올해보다 22만1540만원 오른 157만377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463만명이다. 전체 임금노동자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23.6%다. 소득불평등 해소와 내수활성화를 위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훈풍 혹은 폭풍
7월 16일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온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힘을 실었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오르는 시급 1060원 중 581원을 정부가 직접 지원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직접 지원, 경영상 제반비용 부담 완화, 안정적 임차환경 조성, 소상공인·중소기업 사업영역 확보 대책 등 ‘깨알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이례적이다.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들이 최저임금을 인상한 뒤 고용주에 대한 일부 세금을 환급해준 적은 있으나 현 정부처럼 직접 돈을 쥐어준 사례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 4조원 중 3조원은 일자리 안정자금이다. 피해를 10조원 정도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소상공·자영업 단체들은 추가부담 인건비가 15조원에 달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차이는 정부는 평균인상 이상의 추가분을, 단체들은 전체 인상분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최대 이슈가 된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평가는 엇갈린다. 소비성향이 높은 최저임금 계층의 소비활성화가 기대된다는 주장과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 내수가 위축된다며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등 서로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자영업자 지원은 없었나
국가별 사회·경제적 여건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및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OECD 국가 중에서 높은 수준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영업자 지원사업’(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의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3.2%로 OECD 국가들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28.2%로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의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30.2%로 OECD 21개국 중 20위 수준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취업자 중 자영업자 및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OECD 국가들 중 높은 수준이나 창업기업의 경영환경은 OECD 국가들에 비해 어려운 상황이다.
소상공·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지원정책은 1998년 외환위기에 따른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중소기업청,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처 등 4개 부처에서 25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2016년만 예산액 및 기금운용계획안이 2조6616억원이다. 여기에 중소기업과 중·저소득층에 지원되는 혜택인 비과세감면 22조8000억원 중 상당 부분이 이들에게 지원된다. 2015년 8월 통계청 기준 자영업자가 562만1000명이니 지원액이 15조원이라고 봐도 200만원이 훨씬 넘어서는 셈이다.
그렇다면 상당한 규모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자영업 경영환경 악화의 원인은 임대료 상승, 대기업 갑을관계 등 구조적인 문제들과 경기침체뿐만 아니라 과다진입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이 있다.
막대한 재정지출의 성과는 어떨까. 자영업자 비중과 재정지출 간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지원사업은 자영업자 및 비임금근로자 비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다. 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과 시장 경영혁신 지원사업이 자영업자 및 비임금 근로자 비중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양(+)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정부의 정책이 자영업자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영업자 지원정책의 목적이 자영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실업자들의 창업지원을 통한 일자리 확보에 맞춰졌다는 데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에 따른 효과가 자영업자 비중을 증가시키거나 유지시키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분석해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자영업 예산지원이 많은 곳에 자영업자가 많다. 따라서 과열경쟁으로 자영업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정부 지원으로 인한 구축효과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구축효과의 예로는 천일염이 대표적이다. 천일염은 2011년 일본을 강타한 지진으로 인해 수요가 폭등, 당시 20㎏ 1포 평균가는 1만1000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6년에는 3200원으로 내리 5년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생산량 과잉 때문인데 천일염이 2008년 광물에서 식품으로 전환되자 정부가 당시 생산 증대를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며 염전 시설 개선을 권장한 때문이다. 염업조합 측은 “정부가 과잉생산을 부추긴 뒤 나몰라라 하는 형국”이라며 수매를 요구하고 있다.
자영업도 마찬가지 아닐까? 정부가 촉진해 자영업이 과잉되었으니, 계속 자영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러면 예산지원을 늘리고 자영업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목표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상황을 모면하고 연명하게 할 것인가. 이참에 산업구조 개혁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자영업이 갈데없는 막장업종이 아니라 희망의 업종이 돼야 할 것이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