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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7.8]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식어버린 올림픽’ 이젠 돈 받고 개최한다

[주간경향] 17.08.15.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708081133491&pt=nv#csidxf19d5e187d6ececbe595bfbce0454d9

 

 

 

2028년에는 아예 신청 국가가 없다. 그래서 IOC가 지원금을 주어가며 개최지를 확정한 것이다. 보통 중계권료 등 막대한 돈을 IOC에 주어가며 개최지 선정을 감사해 하던 우리에게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24년 올림픽 개최도시가 확정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4년과 202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파리와 로스앤젤레스를 확정했다. 지난달 12일 스위스 로잔 총회에서 이례적으로 두 도시를 연속 개최도시로 확정해 놓고는 어느 도시가 먼저 할지를 정하지 않았었는데, 지난달 31일 두 도시와 IOC가 2028년에 로스앤젤레스가 개최하기로 합의하면서 자동으로 파리가 2024년 개최도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두 도시는 세 번째 올림픽 개최도시가 된다. 지금까지 세 번 개최한 곳은 영국 런던이 유일했다. 1924년 올림픽을 유치했던 파리는 100주년 기념이라는 명분을 챙겼고, 로스앤젤레스는 지원금을 받는 실리를 챙겼다. 올림픽이 지연되어 로스앤젤레스의 인프라 개발계획 등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에 대해 피해보조금 성격으로 18억 달러(약 2조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매우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조금 늦어졌다고 사실상 보상금을 받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올림픽 개최지가 확정되는 것을 상식으로 생각하던 전례에 비추면 매우 이상한 상황인 것이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가운데 줄 왼쪽에서 7번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 있는 축구 전용경기장 스텁헙 센터에서 2028년 올림픽 유치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에릭 가세티 LA 시장(가운데 줄 왼쪽에서 7번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 있는 축구 전용경기장 스텁헙 센터에서 2028년 올림픽 유치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제대회 허상 버릴 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2024년에 올림픽 개최를 신청한 곳이 두 곳밖에 없었고, 2028년에는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IOC가 지원금을 주어가며 개최지를 확정한 것이다. 보통 중계권료 등 막대한 돈을 IOC에 주어가며 개최지 선정을 감사해 하던 우리에게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개최지 신청이 없었던 것은 올림픽 개최에 대한 ‘승자의 저주’ 때문이다. 그리스 아테네올림픽 등 많은 올림픽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그나마 기대했던 경기부양 효과와 이미지 개선을 통한 위상 강화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현실적이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2020년 올림픽 개최지인 일본도 땅값을 어느 정도 올리는 데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다. 더 이상 올림픽 특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동계올림픽도 다르지 않다. 평창은 삼수 끝에 겨우 올림픽 개최에 성공했다. 하지만 2022년 동계올림픽은 2015년 결정 당시 막판에 노르웨이의 오슬로가 빠지면서 최종 유치 후보는 베이징과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밖에 남지 않았었다. 아시아에서 연속 두 번의 동계올림픽이 치러지게 된 것이다. 

올림픽이 이렇게 된 것은 결국 돈 때문이다. 올림픽 이후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도시들이 속출하면서 IOC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대안으로 ‘어젠다 2020’을 제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다른 국가나 도시와 분산 개최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비용절감도 위태롭다. 2008년 여름 올림픽에 대회운영비로만 440억 달러(약 50조원)를 쏟아부었던 베이징은 2022년 겨울올림픽 예산은 그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39억 달러(4조4000억여원)로 책정했다. 2026년 개최지 신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유력한 신청도시인 캐나다의 캘거리시는 유치위원회 전 단계로 ‘유치 타당성 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주민들이 납득하지 않으면 유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잠재적인 경쟁도시들도 비용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나마 캘거리시는 1988년 개최도시였기 때문에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므로 비용부담이 덜하다.

우리는 88올림픽이 흑자라고 알고 있다. 군사정부 시절 대대적인 선전으로 이런 생각을 주입시킨 결과 국가적인 ‘환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야말로 ‘환상’일 뿐이다.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88서울올림픽은 9000억원 적자였다. 그나마 수십만에 달하는 군인, 공무원, 학생들의 동원 등 간접비용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흑자를 본 곳은 대회를 두 번째 개최했던 1984년의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뿐이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이 12억 달러의 적자와 100억 달러의 부채를 지게 돼 신청도시가 없자 IOC가 막대한 지원을 한 결과였다. 로스앤젤레스는 2028년 세 번째 개최에서도 막대한 지원을 받게 되므로 우연이라고만 보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절묘하다. 

88서울올림픽은 적자였다 

내년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한국은 8조원이던 비용이 14조원으로 늘어났다. 분산개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물론 최순실씨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 강원도는 이미 1년 예산을 넘는 부채를 지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근거 없는 흑자에 대한 환상과 경기부양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을 치른 국가는 예외 없이 올림픽 이후 경제성장률이 하락했다. 그나마 올림픽 토건특수로 유지되던 경제성장률이 올림픽이 끝나자 하락하는 것이다. 

 

경제효과도 부풀려져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5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부족한 낙관적인 수치에 기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래 이런 추정은 이와 관련한 기회비용이나 손실은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문화적인 효과 정도이다.
 
이제 올림픽은 돌이킬 수 없다. 다만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언제까지 이런 국제대회를 계속 유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기업과 토건관료의 합작. 유치위원회의 비용은 대기업이 대고 이후 올림픽 관련 정부 사업은 그 기업들이 수주를 받는 공생관계를 벗어나야 한다. 국가주의 시대의 엘리트 체육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선호하는 관광을 외국인들도 선호하듯이. 우리가 하지 않는 스포츠를 위한 국제대회는 사치일 뿐이다. 로스앤젤레스와 캘거리 같은 곳이 다시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는 것은 대회 이후에도 그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트 스포츠가 아니라 대중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월드컵경기장을 기억해야 한다. 막대한 유지·관리비용은 비합리적인 국제대회 때문에 부담하는 우리 모두의 비용이다. 우리는 서커스가 아닌 빵을 원한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