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17.07.18.
현재 전국 미집행 도시공원 시설 가운데 민간공원이 추진되는 곳은 70여곳이다. 시민단체들은 “난개발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명이 걱정하면 스트레스다. 하지만 모두가 걱정해야 하는 일이라면 아무도 걱정하지 않게 된다. 특히 공공부문의 일이 그렇다. 지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에는 커다란 걱정거리가 있다. 물론 그걸 우리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르는 그 걱정거리는 2020년 7월부터 적용되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문제이다. 이제 3년 남은 셈이다. 그러면 이 문제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생각보다 긴 연원을 가지고 있다.
우리 도시들에는 도시계획상 도시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곳들이 많다. 그 면적은 전국 1만900여곳에 442.19에 달한다. 이를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라고 분류한다. 서울의 면적이 605.21이니 서울 면적의 70%가 넘을 만큼 넓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문제가 불거진 것은 1999년이다. 이곳에 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재산권 행사의 제약 등 피해를 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군사정부 시절, 감히 국가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권리의식이 높아진 일부의 사람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도시계획이 가지는 정책의 정당성과 주민의 권익 보호라는 두 가지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했다. 오랜 고민 끝에 헌법재판소는 결단을 내린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도로·공원·녹지 등 공공시설 건립을 위해 고시한 도시계획시설 중 10년 이상 사업을 완료하지 못한 시설은 2020년 7월부터 자동으로 효력이 상실되도록 위헌 취지로 판결했다. 사유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게 이유였다. 무려 21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둔 것은 도시계획이 가지는 공공성과 정책의 일관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이 21년을 허비하고 말았다. 막대한 재정부담 때문이다.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다보니 세월이 흘러 이제 3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정부는 민간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또 다른 민자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난지한강공원. / 강윤중 기자 *기사 본문 중 언급된 특정사실과 관련 없습니다.
곧 다가올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
최근에 정부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을 마련했다. 지정 해제를 앞둔 도시공원에 민간 개발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자치단체들은 공원을 조성하지 못한 부지에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공원 일몰제’에 따라 토지 소유자에게 돌려주면 난개발과 자연훼손, 사유재산권 행사로 공원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민간자본을 끌어와서라도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환경권이 침해되고 난개발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우선 경북 구미시는 중앙공원·꽃동산공원·동락2지구공원 등 3곳을 민간공원 사업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시는 민간 사업자가 공원 부지의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는 주거, 상업, 녹지 등 비공원 시설로 개발할 수 있다는 도시공원법의 특례조항을 활용했다. 총사업비는 2조1422억원이며 민간 사업자는 아파트 8468가구를 짓는다. 시 관계자는 “일몰제로 사라질 도시공원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공원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시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생태계 파괴와 일조권·조망권 등 생활권이 침해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구미경실련은 “시가 난개발을 추진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대전시도 현재 7개 공원 부지 8곳에 민간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월평공원 갈마·정림지구와 매봉공원 등 4개 공원 부지에 대해 도시공원위원회 심의와 각종 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사업이 추진되면 월평공원 갈마지구에만 3000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광주시도 수랑·마륵·송암·봉산·중앙·중외·일곡·대상·송정·신용공원 등 10개 공원을 대상으로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았다. 구미와 마찬가지로 대전과 광주도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재 전국 미집행 도시공원 시설 가운데 민간공원이 추진되는 곳은 70여곳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251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2020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은 “도시공원 해제에 따른 난개발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개발에 모두 4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필요하다”면서 “정부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민간공원은 또 다른 민자사업인가
민간공원을 추진하는 곳들은 도시공원법상의 특례조항을 들고 있다. 30%의 면적에 아파트 등 택지개발을 하고 그 비용으로 공원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30%는 개발하는 것이 분명하다. 난개발을 조장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일축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공공적인 기회비용의 상실이다. 이 지역은 구도심지역이나 개발이 지체되고 있던 자연지역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도시개발은 구도심을 공동화시키고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방치된 구도심은 공동화되었다. 현정권이 도시재생을 주요 정책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무려 50조원을 도시재생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때에 공공 도시공원을 포기하는 것은 거꾸로 가는 것이다. 소중한 기회비용도 상실하게 된다.
또 하나는 민간공원이 또 다른 민자공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개발과 보전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된 시의 땅을 팔아서 민간업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들의 공원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공원은 개발된 택지지역의 가치를 높여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공원의 유지·관리는 결국 자치단체의 비용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폭탄 돌리기의 끝은 결국 민간공원이라는 이름의 민자공원인가. 지금이라도 도시공원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신도시 개발이나 건물에 쏟아붓는 예산의 방향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