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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14.2] [특집| 지방재정 위기]‘매’ 버는 지자체장의 방만 경영

[특집| 지방재정 위기]‘매’ 버는 지자체장의 방만 경영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     14.02.18.  

 

ㆍ지방재정 위기 부르는 선심성 사업ㆍ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자 단체장을 응징할 수 있는 징벌적 제도에 유권자들 귀 솔깃

‘지방정부 파산제’가 지방재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우선 호응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의 방만경영이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하게 예산을 낭비하고 주민들이 낸 세금을 방기하는 자치단체는 그에 걸맞은 응징을 해야 한다는 여론 흐름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사업 마구 벌여도 정치적 책임 안 져
방만경영의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시다. 인천시는 한 해 예산만 8조원에 달하는 거대 도시다. 그런데 2012년 4월 인천시는 공무원의 급여 일부를 지급하지 못했다.

호화청사 논란을 빚은 용인시 신청사. | 용인시 제공


한 해 8조원의 예산을 굴리는 광역단체가 20억원이 없어 공무원 6000명에게 지급하는 복리후생비를 하루 늦게 준 것이다. 인천시는 2003년에만 해도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17.5%였지만, 2009년에는 29.8%로 높아졌고, 2010년에는 37.1%로, 2012년에는 39.8%로 해마다 악화됐다.

인천시의 재정 악화에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 시절 시행한 무분별한 각종 대형사업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안 전 시장은 재임기간 중 송도·청라·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과 220곳의 구도심 재생사업, 검단신도시·루원시티 건설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투자금을 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게 되면서 부채가 급증하고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됐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 | 연합뉴스

현재 인천시는 유동성 위기에서는 간신히 벗어났으나 재정위기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가 분석한 2012년 기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대비 부채 비율을 보면 전국 평균은 13.36%다. 인천은 그 두 배에 달하는 25.88%로 광역자치단체 중 채무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단체장들이 무리하게 사업 욕심을 내거나 수익 판단을 잘못해 예산낭비를 하는 사례는 계속해서 지적돼 오고 있다. 비단 인천이나 2010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성남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현직 자치단체장이 선심성 사업을 확대하거나 재정을 넘는 살림살이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보통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7월에 결산이 있기 때문에 선거를 앞둔 자치단체장들은 재정 결손의 정치적 책임에서 벗어나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재선에 성공하면 지방채를 발행해 결손을 막으면 되고 선거에서 떨어지게 되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정 결손이 많이 생기는 이유다.

지난 1월 23일 감사원이 발표한 ‘지자체 주요 산업 예산편성 및 집행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열악한 재정여건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재정 악화를 더 가중시킨 사례들이 나온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수요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수요조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수익을 보전하지 못해 부채만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인 틀 개혁부터” 목소리도
감사원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를 비롯한 5개 지자체가 총사업비 1조3056억원 규모의 산단 조성사업 6건을 추진하면서 입주를 묻는 수요조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거나 수요보다 과다한 규모로 산업단지를 조성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는 면적 152만㎡, 사업비 6438억원 규모의 ‘청주테크노폴리스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분양시기나 분양가격은 조사하지 않고 단순히 희망 분양면적만을 조사하는 등 수요조사를 부실하게 진행했다. 

또한 산업용지가 미분양될 때에는 청주시가 최대 1773억원까지 용지를 매입해 주기로 사업시행자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지방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호화청사 논란을 빚은 성남시 신청사. | 연합뉴스



부산시 등 6개 지자체는 3조8745억원 규모의 문화·관광 시설사업 7건을 추진하면서 투·융자 심사를 받지 않거나 유사·중복 시설 설치를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국립아트센터와 용도 및 규모가 비슷한 2629억원 규모의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을 중복투자에 대한 검토 없이 추진했다.

해마다 자치단체장의 도덕적 해이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다 보니 징벌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정부 파산제, 지방 감사원 등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를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야권 및 시민사회에서도 자치단체장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배경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한 언론사의 칼럼에서 “전시성 행사 비용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17% 늘었다”며 “지방재정이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기 전에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려면 파산 카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징벌적 제도 또한 섣부르게 도입하기보다는 전체 구조적인 틀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제이 부연구위원이 쓴 <중앙과 지방의 사회복지재정 형평화 연구>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는 현행 지방재정조정제도의 틀 자체를 개선시켜야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 부연구위원은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그래서 사회복지분야 국고보조사업이 대부분 국비와 지방비 매칭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 복지수요의 확대는 지방비 부담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지원규모나 지원기준의 계속적인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도덕적 해이를 제어하기 위한 장치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