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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박시 6호] ‘낭만닥터 김사부’와 12억100만원

우박시(우지영 박사의 숫자로 보는 시대정신)는 드라마, 영화, 음악, 시사, 역사, 기념일, 절기 등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예산을 쉽게 설명하는 컬럼입니다.

얼마 전 시즌 2까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뛰어난 의술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가 부족한 산간벽지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한석규)의 이야기를 다뤘다. 수익만을 따지며 지역 분원을 폐지하고자 하는 본원의 이사장에 맞선 김사부의 고군분투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지역의 중증(··응급) 및 필수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필요한 의사 수는 약 3,000명으로 추계하였다. 이 방안은 현 의대 정원 3,058명에서 10년간 4,000명을 추가로 양성하는 것이다. 이 중 지역에서 중증필수 의료분야에 10년간 의무적으로 종사할 의사 300명을 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의사들은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원인에 대한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며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반발하여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대형병원에 이어 동네병원까지 진료 공백이 발생하고 실제로 부산에서는 약물을 마신 뒤 전문의를 찾지 못해 응급조치가 3시간가량 지연되어 중태에 빠졌던 40대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

 

인구 천 명당 활동 의사 수는 2.4명이다. 이는 OECD 평균 3.4명의 71%에 불과하다. 서울이 3.1명으로 최고이며 반면 경북은 1.4명으로 최저 수준이라 지역 편차가 매우 크다. 실제로 경북은 치료가능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코로나19 중증확진자 168명을 타시도로 이송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제정을 전제로 2020년도 취약지 등 전문의료 인력양성 사업비 12100만원을 편성했다.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은 설계 및 공사 등을 거쳐 2023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4702,9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의사들의 주장하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 확충의 실질성' 부분은 합리적인 문제 제기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할 때 집단 휴진은 사회적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의 히포크라테스 선서(Oath of Hippocrates)를 떠올려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의사가 없어 더 이상 목숨을 잃는 상황이 없도록 정부는 공공의사와 공공병원의 획기적 확충을 위한 권역별 국공립의대 신설을 강력하게 추진해야한다. 현실에 낭만닥터 김사부는 존재 하지 않는다. 드라마 제목처럼 그저 낭만일 뿐이다. 제도와 인프라가 김사부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