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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살뜰 지방재정④ 놀라워라! 부서, 기관 협업(시스템)의 힘! 김해시, 도로-터널 뚫는 김에 상수도관 묻고, 대구시, 국철공사 먼저 하며 도시철도 교차박스 미리 설치

알뜰살뜰 지방재정놀라워라! 부서, 기관 협업(시스템)의 힘!

 

김해시, 도로-터널 뚫는 김에 상수도관 묻고,

대구시, 국철공사 먼저 하며 도시철도 교차박스 미리 설치

 

서호성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

 

도로가 새로 뚫렸다. 차들이 씽씽 달린다. 까만 아스콘 포장이 보기 좋다.

그런데 얼마 후 한 개 차로를 노란 펜스로 막더니 상수도관을 묻는 공사를 한다. 출근길 교통체증에 속조차 더부룩 해온다. 교통상황을 고려해서인지 찔끔찔끔 진행된 공사가 무려 6개월 만에 끝나고, 공사가 실시된 차로엔 새 아스콘 포장이 덧씌워진다.

 

이런 일은 작은 이면도로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누가 민원을 넣었는지 누더기 길 10년 만에 드디어 새로 포장된 아스콘 길을 걸으며 느낀 산뜻한 기분도 잠시, ~ 하는 절삭기 소리가 들리더니 도시가스관을 새로 묻는다. 하수도 공사를 한다. 새로 포장됐던 이면도로엔 공사 후 도시사스관과 하수관이 묻힌 곳을 따라 새로운 아스콘 포장이 깔리고 그렇게 또 이면도로는 새 단장 1년도 지나지 않아 누더기로 변해 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도로를 개설하고 관리하는 부서나 기관이 따로 있고 상하수도 부서, 도시가스 기관이 따로따로 각자 자기 일만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개선될까? 공무원 개인이, 담당 부서만, 개별 기관만 노력하면 될까? 뭔가 통합적으로 제대로 일하는 지방자치단체 없을까?

 

#우수사례 1.

경상남도 김해시는 지방도 1042호선 확장공사와 장유 송수관로 공사를 연계, 병행 시공함으로써 195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김해시 수도과는 인구 유입이 급격히 늘어난 신도시 장유지역의 상수도 용수량을 확충하기 위해 송수관로 교체공사가 시급했다. 하지만 상수도전용 우회도로 매설사업비가 355억 원으로 추정돼 난감해하던 중, 도로과가 경상남도에서 위탁하여 시행 중인 지방도 1042호선 공사와 연계, 병행 시공하면 예산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경상남도와 수도과, 도로과 3자간 간 지속적인 협의 끝에 도로과에서 시행하는 지방도 1042호선 주촌고개 구간 확장공사와 장유 송수관로 공사를 통합하여 도로과에서 한꺼번에 실시키로 결정했다.

 

 

#우수사례 2.

김해시는 신도시 지역의 원활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필요한 정수장간 네트워크 사업을 정부기관인 부산국토관리청이 시행하는 국도 58호선 삼계터널구간 공사와 연계, 병행 실시로 61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김해시는 명동정수장 급수 제공권역인 장유, 진영, 진례, 주촌 지역의 신도시 개발로 용수 수요량 증가가 예상되자 명동정수장과 삼계정수장 간 상호 통수할 수 있는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역시 예산문제로 고심했다.

 

두 정수장 간 네트워크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주촌면 지역으로 연결하는 송수터널 공사가 필수적이었는데, 이 경우 공사비 82억 원, 보상비 4억 원으로 총 86억 원의 예산이 필요했던 것.

 

김해시 수도과와 도로과는 부산국토관리청에서 시행하는 국도 58호선 무계~삼계 국도 대체 우회도로 건설 구간에 삼계터널(880m)이 포함되어 설계되어 있음을 파악하고 삼계터널과 송수터널 사업을 통합시행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김해시 수도과와 도로과는 도로용 너널 내 송수관로를 함께 설치한 사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하던 부산국토관리청을 설득, 삼계터널 설계를 변경해 전용 공동구를 설치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우수사례 3.

이번에는 광역자치단체 사례. 대구광역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시차를 두고 따로 시행되는 대구도시철도1호선인 안심~하양복선전철 건설사업’(대구시 시행)대구선 복선화 사업’(한국철도시설공사 시행)이 교차하는 구간에 미리 교차박스 구조물을 선 시공함으로써 119억 원의 예산 절감과 함께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대구도시철도 안심~하양구간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진행하고 있는 대구선 복선화 사업과 교차하는 구간이 있어, 대구도시철도 사업을 대구선 복선화 사업 이후에 진행할 경우 비싼 고난이 공법을 적용해야 하고 공기 연장 및 별도 안전대책 마련 등 과도한 사업비 증가가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았다. 201510월 최초 논의를 시작해 20183 월까지 무려 20회 이상 협의가 진행된 끝에 대구선 공사할 때 교차박스 구조물을 미리 시공할 수 있게 결정돼 이후 진행되는 대구도시철도 안심~하양 구간의 교차구간 공사공법을 비싼 비개착공법 대신 개착공법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이상은 2018~2019년 행정안전부가 예산절감 우수사례라고 소개한 사업 중 3개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담당부서의 적극적인 노력이다. 담당 부서, 담당 직원의 생각 변화가 수억~수십억 원의 예산 절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김해시의 경우 수도과의 적극적인 노력이 기본이 됐지만, 이런 성과를 일구는 데는 2013년부터 김해시가 운영 중인 합동설계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해시 합동설계단은 처음엔 소규모 일반공사 및 단순 수선을 자체설계해서 예산 절감한다는 목표로 조직됐다. 건설과장이 총괄 반장이 되고 각 사업부서 직원 20명을 모았다.

 

합동설계단 활동은 점차 사업부서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형사업에 대한 소통의 장 역할로 확대됐고, 유사사업을 협업하여 예산절감 방법을 찾아가는 정기적인 회의체로 발전했다.

 

특히 합동설계단 운영으로 수도 분야와 도로 분야의 업무공유 및 예산 절감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는데, 그중 예산 절감 효과가 크고 중복 예산투입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업이 위 김해시 2가지 사례다.

 

일반 기업체에서는 당연한 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런 일을 해낸 지방자치단체도 대단히 자랑스러워하고 지자체를 총괄하는 행정안정부도 추켜세우는, 획기적 예산절감 우수사례다. 이런 사례가 우수사례로 채택되지 않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날이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