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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박시 4호] ‘사랑의 불시착’과 200억

우박시(우지영 박사의 숫자로 보는 시대정신)는 드라마, 영화, 음악, 시사, 역사, 기념일, 절기 등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예산을 쉽게 설명하는 컬럼입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사랑의 불시착은 남북 분단 현실 속에서도 남녀 주인공이 남과 북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윤세리(손예진)가 탄 패러글라이딩이 북한에 불시착하면서 북한 장교인 리정혁(현빈)을 만나 절절한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과정에서 윤세리가 북한의 군인, 마을 주민들과 정을 나누는 에피소드는 유치한 드라마 제목과는 달리 시청자들을 붙잡기 충분했다. 북한은 이렇게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왔다.

 

이 드라마에 과몰입 되었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북한과의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지난 16일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여 남북한의 관계는 다시 경색되었다. 이로 인해 통일부 장관은 사퇴하고 여야당은 국회에서 책임 공방이 뜨겁다. 이 와중에 존 볼턴의 회고록까지 터져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다.

 

2018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가 설치됐다. 사무처 공무원은 30명 정도가 되고 18년 이후 사무처 운영비 예산은 200억에 이른다.(예산기준) 또한 2020년에는 남북회담 추진 예산이 146천만원 정도가 잡혀있다. 남북협력기금의 경협기반 사업(무상)의 일환인 사무소 운영비는 2018117, 2019년에는 83억이 소요됐다. 남북연락사무소 운영에 총 200억이 소요됐지만 한순간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25 70주년 기념사를 통해 통일 이전에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이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전단 살포 금지 관련법이 제정되고 이에 대한 정부 의지를 보이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남북 화해협력평화의 상징인 남북연락사무소에 그동안 들였던 노력과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냉각기를 오래 갖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인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정부의 남북협력 정책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해 현재는 불시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주인공들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상황을 배려하면서 사랑을 쟁취하였다. 이들처럼 남과 북이 극단의 상황에서도 서로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평화협력 분위기는 다시 조성될 것이다. ‘사랑의 불시착의 윤세리와 리정혁이 스위스에서 1년에 한번 어렵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을 오가는 경원선을 타고 자유롭게 만나는 날을 기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