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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이데일리] 허리띠 졸라맸다더니…돌려막고 끼워넣은 추경 사업 수두룩(6/4)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512조원에 달하는 기존 예산에 대한 ‘다이어트’를 단행했다. 그러나 기존 예산안에 편성돼 있던 사업을 추경에서 명칭만 바꿔 집어넣거나 집행시기를 단순히 뒤로 미루는 등 무늬만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본예산 편성 때 사업성 부족 등으로 불발됐거나 예산을 삭감당한 사업을 끼워넣은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국회 통과과정에서 격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괸 추경 사업 수두룩

정부는 올해 들어 3번째 추경을 준비하면서 빚을 내는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예산을 최대한 아껴 추경으로 전환하는 ‘세출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역대급 추경에 걸맞게 이 역시 10조1000억원으로 사상최대다.

세출 기준으로 전체 감액분 3조9000억원 중 복지·사회간접자본(SOC)·산업·국방 등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집행이 부진하거나 미뤄진 사업 예산을 3조7000억원을 깎았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납득하기 힘든 예산들이 적지 않다. 기존 예산을 감액한 뒤 유사한 사업을 추경에서 재추진하는 ‘돌려막기’식 편성이다.

일례로 정부는 고속도로·철도·공항·항만 등 SOC부문에서 투자계획 변경 등을 통해 추경 재원 6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렇게 마련한 예산으로 철도·도로·하천의 시설개량과 환경개선, 유지보수에 5005억원을 투입한다. SOC 투자는 줄였지만 이에 상응하는 관리비용을 새로 편성한 셈이다.

 

(중략)

 

◇코로나19 추경에 스마트미터기·ASF 예산도

새로 사업을 편성하긴 했지만 코로나 위기 대응이라는 이번 추경의 취지와 연관성을 찾기 힘든 사업들도 여럿이다. 일례로 산업부의 아파트 전력계량기 스마트미터기 교체사업(353억원)이나 농식품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사업(135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유증기의 환기팬이나 가스 감지기 등 화재·폭발 예방시설 설치에 712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근로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 피해 회복과 경기 부양이라는 3차 추경과 연결고리를 찾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한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략)

 

◇ SOC·국방 집행계획 유효, 내년 부메랑으로

2차와 3차 추경을 통해 정부가 ‘다이어트’했다고 발힌 예산은 총 19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상당수는 내년 이후 다시 예산에 반영될 ‘요요’ 예산들이다. 지출액을 감액한 게 아니라 단순히 사업일정을 내년 이후로 미루는 방법으로 예산을 짜낸 경우가 많다. SOC 투자나 방위력 개선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놓은 ‘2차 추경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2차 추경안에서 감액한 사업비 약 2조4000억원 중 88.5%(2조1295억원)은 집행 시기를 내년 이후로 연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3차 추경에도 SOC·국방 등 사업 일정을 연기해 감액한 예산이 적지 않다.

기재부 예산정책과 관계자는 “SOC의 연차별 투자계획 변경이나 방위력 개선사업 계약일정 변경 등은 2차 추경의 구조조정 연장선상에서 집행 일정을 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줄인 수조원은 결국 내년이후 예산에 재편성해야하는 부담이 남은 셈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이라고 밝힌 10조1000억원 중 실제로 재정건전성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줄인 ‘예산 구조조정’은 공공부문 고통분담인 2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집행 시점을 조절한 사업들도 있고 국세 수입 감소에 따른 지방교부세·교부금 감액분(4조1000억원)이나 외국환평형기금에 대한 지출 축소(1조2000억원)는 구조조정으로 볼수 없다는 것이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