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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한국일보] 정부 지출도 ‘역대 최대’ 10조 구조조정… 계속되는 마른수건 짜내기(6/3)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마련하면서 10조원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안을 제시했다.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재원을 조달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사업을 내년으로 미루는 ‘돌려 막기’식 구조조정이 많아 실제 나랏돈을 아끼는 효과는 적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3차 추경안에 따르면, 이번 추경 규모 35조3,000억원 가운데 10조1,000억원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차 추경의 세출 구조조정 규모(9조5,000억원)보다 많은 역대 최대다. 긴급 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 때 구조조정한 것까지 포함하면, 올해 구조조정으로 마련된 추경 예산만 약 19조원에 달한다. 그만큼 정부의 기존 예산사업을 줄였다는 의미다.

 

(중략)

 

2차 추경 당시 대거 감액됐던 국방 예산도 3,000억원 가량 추가로 줄였다. 그밖에 산업(5,000억원), 농림(3,000억원) 분야에서도 감액 규모가 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부처 예산사업을 대상으로 면밀히 집행실적을 점검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내역을 들여다 보면, 상당수가 단순히 집행 시기를 미루거나 예측치를 변동한 것뿐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날 보고서에서 “필요하지 않고 급하지 않은 사업을 구조조정한 것은 공공부문 고통분담 뿐”이라며 “SOC 등은 사업규모를 유지하면서 지출 시기를 미루는 방식으로 오히려 올해 내수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예산을 줄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내년 예산에 편성해야 하는데 괜히 경기에만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2차 추경 당시에도 국회 예산특별결산위원회는 감액 사업비 중 88.5%가 집행 시기를 내년 이후로 연기한 것뿐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공무원만 쥐어 짠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2차 추경에서 연가보상비를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이번엔 업무추진비 등 하반기 운영경비의 10%에 해당하는 2,000억원을 감액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부문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공무원도 많지만, 일방적인 삭감 결정에 사기가 저하된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