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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나라 예산 규모는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숫자다

<이글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페이스북 글을 동의를 얻고 옮겨왔습니다.>

 

<요약> 
같은 예산안을 두고 기준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2020년 예산은 512조원(총지출 기준)으로 발표되었는데, 국회에서 심의한 예산은 1152조원(총계 기준)에 달한다. 512조원도 1152조원도 경제적 규모는 아니다. 정치적, 행정적 규모다. 심지어 512조원은 전세계에서 대한민국 기재부만이 따르는 기준에 의한 것이다. 대대적으로 내놓는 예산 규모가 국제 비교가 불가능한 수치인 것. 

경제적 규모도 산출하기는 한다. 결산만. IMF와 UN에 제출해야 하니까. 그런데 예산은 알 수가 없다. 기재부가 안알려줘서. 기재부도 모른다고 한다. 산출을 안해서. 

 

요약 끝.

 

 

 

올해 중앙정부 예산은 총지출 기준 512원, 총계기준 1152조원

본예산기준, 추경기준, 결산기준, 총지출기준, 총계기준, IMF기준, UN기준 등등 다 달라

 

만약 나한테 19년 사회복지예산이 얼마냐고 질문하면 난 과장 안하고도 256가지 이상의 각각 다른 숫자로 말할 자신이 있다. 본예산기준, 추경기준, 결산기준, 총지출기준, 총계기준, IMF기준, UN기준, 기금 포함 여부, 보건예산포함여부, 건강보험지출 포함 여부 등등 각각의 제곱으로 하다보면 256가지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순계기준과 세출기준도 각각 다른 숫자를 표시한다.

 

문제는 나만 이런 통계 장난을 할 수 있는게 아니다는 거다. 기재부 공무원도 할수 있다. 그리고 기재부에서 이런 통계 장난을 하면 거의 통한다. ㅠㅠ 기재부 공무원도 최소한 16가지나 64가지의 다른 숫자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각각의 다양한 기준을 통해 언론이나 국민은 물론 청와대를 속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 많은 기준 중에서 정치적으로, 행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총지출 기준과 총계 기준이다. (경제적으론 별로 중요하진 않다) 일단 작년(19)과 올해 우리나라 중앙정부 지출이 얼마지? 라고 말하면 디폴트 숫자는 470조원, 올해 512조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수치의 디폴트 기준은 총지출 기준이다. 총지출 기준으로 올해 중앙정부 지출은 512조원이나 총계기준으로는 올해는 1152조원이다. 거의 두 배가 넘는다. 총계기준은 내부거래가 제거되지 않은 기준이다.

 

그런데 각 정부 부처가 국회에 예산 심의나 업무보고를 위해 각각에 상임위에 넘기는 예산안 자료는 디폴트가 총계기준이다. 각 부처 입장에서는 내부거래가 제거 안된 각 부서가 지출하는 숫자가 의미가 있고 국회도 내부거래까지 심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지출과 총계개념을 명확히 분리해 낼 수 있는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세입세출 마감 시 발표하는 세입, 세출기준도 별도로 있다. 요건 국채발행 규모도 포함된 기준이라 잉여금 산정시 유용하다.(총계와 총지출을 확실히 구분한 이후에나 세입세출 개념을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일단 패스)

 

 

위에서 설명한 기준을 다 적용해도 경제적 규모는 알 수 없다 

국제 기준에서의 예산 규모는 기재부에서 아예 안알려준다 

 

 

여기까진 전부 현금주의다. 현금주의는 각각의 사업을 평가하기에는 유용하지만 실제 경제적 지출의 규모를 파악하기에는 불리하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발생주의적(경제적) 지출 개념이. 물론 우리나라도 발생주의 개념의 재정통 계를작성한다. 우리나라도 국제 기준에 맞춰 IMFUN에 제출한다. IMF01년도 기준인 GFS 기준에 맞춰 작성한 재정 통계를 IMF에 제출하고 UNSNA 기준에 맞춰 작성한 재정 통계를 UN에 제출한다. IMF에는 86GFS(현금주의), IMF 01GFS(발생주의) 두 개 기준을 각각 작성해서 제출한다.

 

그런데 문제는 결산 기준으로만 작성하고 예산 기준으로는 작성하지 않는다. IMFUN은 결산 기준 수치만 알아도 우리나라 실제 경제적(발생주의적)재정 규모를 판단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예산 기준으로는 발생주의적 개념으로 자료를 만들지 않으니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 정부의 예산안이 경제적으로 큰 규모인지 작은 규모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나도, 청와대도, 기재부도 예산안의 경제적 규모를 모른 채 한쪽에선 너무 작다고 하고 한쪽에선 너무 크다고 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벌어진다.

 

재정을 연구하는 학자는 완전히 다른 두 부류가 있다. 한 부류는 경제학 베이스로 미시경제학의 한 분파인 재정학을 연구하는 경제학자, 그리고 다른 부류는 행정학 베이스로 재무행정학을 연구하는 행정학자다.

 

경제학자는 보통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UN이 만든 SNA 기준 통계를 통해 작성한 결산상 자료로 연구를 한다. 경제적으로는 정확한 통계지만 결산상 자료니 보통 3년 정도 뒤쳐진 자료다. 학문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어제 당장 국회에 제출한 정부 예산안을 판단할 수는 없다. 원천적으로 사회 참여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재정학자는 재정 관련 법률의 히스토리와 정치적 의미를 놓치곤 한다.

 

행정학자는 보통 기재부가 작성한 총지출 기준 통계를 통해 연구를 한다. 근데 총지출 기준은 경제적인 숫자라기보다는 행정적인 숫자다. 대한민국 기재부가 창의적으로 만든 개념이 총지출 개념이다. 국제적으로 전혀 통용되지 않는 기준이라 국제적 비교와 경제적 평가를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다만 행정학자는 각각의 재정 관련 법률의 의미와 히스토리는 잘 알고 있다.

 

결국, , 정책 히스토리, 행정적 의미, 경제적 의미 각각을 잘 아는 학자는 많지만 이 모두를 아는 학자는 참 드물다. 그래서 거의 유일하게 이 모든 것을 아는 기재부가 독보적인 해석 권한까지 가지고 재정을 다뤄도 이를 논리적으로, 실무적으로 명확하게 제어하기가 어렵다.

 

 

이만 줄인다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여기까지만 하고 줄여야 할듯.(난 언제나 언어의 경제성을 체득할까 )

 

암튼 요약하자면 현재 기재부가 만드는 총지출 개념은 경제적인 개념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는 것. 그런데 기재부가 작성하는 발생주의적 개념인 IMFGFS 기준과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발생주의적 개념인 UNSNA 기준은 은 결산 자료만 발표한다는 사실. 그래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경제적 기준 수치는 아무도 모른 채 심의를 한다는 우간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반드시 발생주의적 개념의 예산 수치가 결산은 물론이고 정부 예산안으로도 별도로 작성이 되어 국회에 제출되어야 하는 건 너무나 상식적인 일인데...  정말 갈 길이 멀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