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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2019년 추경예산 심의의 승자는 한국당?

이번 추경은 적자국채를 줄이겠다는 야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회에서 순감액되고 줄인 적자국채의 규모가 약 3000억원이나 된다니, 야당의 ‘투쟁’(?)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2019년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됐다. 애초 6조7000억원이 제출됐는데 8567억원(12.8%)이 삭감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02억원(0.1%), 2016년 1054억원(1%) 삭감되던 것에 견줘보면 상당한 액수다.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치욕적인 예산 심사였다. 추경예산이 제일 많이 삭감된 게 2017년 9.5%였다”고 성토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추경 9000억원을 감액해 적자국채를 줄였다. 새 역사를 썼다”고 자찬했다.

실제 내용을 뜯어보면 다른 양상이 보인다. 우선 정확한 순감액규모는 9000억원이다. 이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보려면 본예산 심의를 비교하면 된다. 2019년 본예산 국회 심의과정과 비교해보자. 정부 원안은 470조5000억원이었다. 국회에서 순감액된 규모는 약 9000억원이다. 470조5000억원에서 약 100일간 논의과정을 통해 순증감한 액수와 6조7000억원에서 약 100일 동안 묵혀두고 사흘간 심의해 삭감한 액수가 비슷하다는 뜻이다.

(중략)

 

결국 구직급여 4500억원 지출액 삭감은 국가 지출액을 줄인 것이 아니라, 고용보험 지급 예상 금액을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 실제로 고용보험 지급액이 모자라게 되면 예비비를 쓰거나 기금운영계획을 변경해서 사용하면 된다. 결국 4500억원 국회 삭감은 ‘회계적 감액’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금액을 1500억원 삭감한 것은 실제 출자금액을 줄인 것이다. 의료급여 경상보조사업 금액 삭감도 회계적 삭감금액이다. 건강보험기금의 의료급여 지급은 고용보험기금의 구직급여처럼 법적 의무지출 금액이다. 의료급여 경상보조사업 금액을 삭감한다고 의료보험 지급 금액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건강보험기금의 재정건정성만 나빠질 뿐이다. 무역보험기금 출연사업 삭감도 계정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당은 대폭 삭감했다는 명분을 얻고 정부와 여당은 경제적 실질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실리를 취했다. 국회와 각 정당은 논의과정과 결과를 사업별로 정리해서 발표하지 않는다. 언론은 국회 보도자료에 따라 단순히 “선심성 일자리 예산 삭감 등을 통해 3000억원의 적자국채 감소”라는 논리를 반복하는 데 그쳤다. 단지 거대 양당의 명분 싸움을 조정하는 기재위의 중재안에 불과한 것이다. 국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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