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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7.8]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LED 교체가 예산절약이라는 착각

[주간경향] 17.08.22.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1708141636301&pt=nv#csidx9ebac3cf9d47baa9c8c5ff4d8c819f8

 

 

 

교육부 소속 학교 건물은 기존 64W 전구를 50W LED 전구로 교체하는 물량이 22만1931개이다. 1290억원의 예산을 통해 매년 12억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한다면 100년이 지나도 전기비용만으로는 설치비용을 절약할 수 없다. 

새 정부 출범 후 몇 달간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던 최근(7월 22일), 2017년도 제1차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11조1869억원의 정부 추경안이 국회에서 1조2519억원을 감액하고 2504억원을 증액하며 수정·통과되었다. 몇 달간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놀랍게도 전체 예산안에서 극히 일부인 80억원에 불과한 공무원 채용 비용이었다. 

사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대표적인 사업은 2000억원이 넘는 LED 교체 예산이다. 일부 의원들이 조심스럽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수정 없이 정부 추경안이 그대로 통과되었다.

원래 추가경정예산은 본예산 작성 이후 발생한 천재지변, 급격한 경제적 변화 등 본예산 작성 시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반영하고자 편성하는 예산이다. 반면 LED 교체사업은 장기적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본예산 작성 시 제외되었던 사업이 추경예산에 편성되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2천억원이 넘는 LED 조명 교체가 추경예산에 과연 맞는 것일까. 사진은 LED전구 제품들. / 강윤중 기자 ※ 기사 본문 중 특정 언급사실과 관련없습니다.

2천억원이 넘는 LED 조명 교체가 추경예산에 과연 맞는 것일까. 사진은 LED전구 제품들. / 강윤중 기자 ※ 기사 본문 중 특정 언급사실과 관련없습니다.


각 부처별로 설치비용에 큰 차이 

특히 이번 추경의 LED 교체예산은 2000억원을 상회하는 큰 규모다. 그러나 관련 예산 대비 전기요금 절약효과와 그에 따른 손익분기점이 언제 발생하는지 등 통합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은 없다.

그래서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해봤다. 우선 추경 LED 예산규모와 전기요금 절약효과를 비교해 보았다. 각 부처별로 설치비용부터 차이가 크다. 가장 큰 곳은 법무부 교정기관 LED 설치예산 43만원(개당)은 시중가와 조달가를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환경부는 구입비와 설치비를 합쳐 9만1000원으로 산정한 반면 법무부 소속 교정기관은 약 43만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각 부처가 책정한 LED 구입과 설치예산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가장 적은 예산을 책정한 부처는 환경부로 구입과 설치비를 합하여 개당 9만1000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조달청을 통하지 않은 시중 단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로 시중 업체에 가격을 문의한 결과 50W(300×1200) 조명 구매 및 설치비용은 약 9만원 내외였다. 설치물량이 많아지면 개당 단가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반면, 대부분의 부처는 약 10만원을 상회하는 가격이다. 조달행정의 효율성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법무부 소속 교정기관의 경우 등 기구 구입비는 9만5000원이다. 그런데 설치비가 개당 약 33만원으로 과도한 금액이 책정되어 있다. 설치물량이 9만3000개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의 설치단가가 개당 33만원이라는 사실은 시중가격은 물론 조달가격과도 큰 차이가 있다. 33만원이 LED 설치비용만으로 쓰인다면 가격 책정의 합리성이 떨어지며, 만일 전기공사를 병행하여 LED 설치를 하는 예산이라면 예산 편성 규정을 어기고 다른 예산사업으로 LED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또한 교정기관의 LED 설치비가 33만원인 반면, 같은 법무부 소속 소년원은 설치비가 한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연내에 설치할 수 없는 LED 조명을 추경을 통해 구매만 하고 내년에 설치하는 것은 긴급한 용도로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는 추경예산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올해 설치되지 못할 LED 조명을 구매만 하는 것은 이자비용 낭비, 보관비용 낭비 등 각종 행정비용을 낭비하고 예산 지출의 기회비용을 낭비하는 행동이다. 

다음으로 필요성이 의문시되는 경우도 있다.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규정’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은 연도별 LED 교체비율을 정해놓고 있다.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자 삼파장 전구 등 LED는 아니나 LED 와 비슷한 에너지 효율의 전구도 교체하여 오히려 전기요금이 증가하는 기현상도 발생한다. 

신축건물 대상으로 탄력 적용해야 

실제로 교육부 학교 조명 교체대상 중 화장실에 쓰이는 15W LED 조명은 교체대상에 13~15W 전구가 혼재되어 있다. LED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보이는 전구를 15W LED로 교체하면 오히려 전기요금이 증가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절약효과는 발생할까? 이번 추경 LED 예산 2003억원 중 약 65%의 예산(1290억원)을 사용하는 교육부의 전기요금 절약효과를 계산해보면 LED 교체에 따른 전기요금 절약효과는 다음과 같이 산출 가능하다.

교육부 소속 학교 건물은 기존 64W 전구를 50W LED 전구로 교체하는 물량이 22만1931개이다. 즉, 연간 12억원의 전기요금 예산 절약이 가능하다. 반면 화장실은 기존 13W와 15W가 혼재되어 있어 교체 시 전기요금이 오히려 증대하나 혼재 비율 파악이 불가능해 계산에서 제외하였다. 즉, 1290억원의 예산을 통해 매년 12억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한다면 100년이 지나도 전기비용만으로는 설치비용을 절약할 수 없다. 물론, LED 전구의 내구성이 일반 전구보다 더 좋은 측면과 함께 같은 전력 사용으로도 더 밝은 조광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할 수 있다.

결론은 이대로 진행하면 낭비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변화에 대응하고자 새롭게 편성하는 추경예산의 취지에 맞지 않다. 각 부처마다 LED 교체비용이 다르고, 최고 43만원의 교체비용은 시장가격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지 못하다. 

또한 LED 조명으로 일률적으로 교체하는 것도 부작용이 있다. 더구나 LED 교체비용을 감안하면 LED 교체를 통해 절약되는 전기요금만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 물론, LED 전구는 조도가 높고 내구성이 좋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리모델링 공사 등 LED 전구가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결국 LED 조명 교체는 신축건물을 대상으로 하고, 각 기관의 수요에 맞춰서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특히 추경을 통해 일률적으로 LED공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본예산에서 제외된 LED 교체예산이 추경에 2000억원이나 새롭게 편성된 이유는 추경예산의 고질적 문제로 제기되어오는 불용률을 낮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LED 설치비용 확인을 위해 업체에 문의를 했다. 업체에서는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공공입니까? 공공이면 똑같은 일을 해도 일반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공공의 돈은 눈먼 돈일까.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