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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7.7][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민자경전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주간경향] 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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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706271102321&pt=nv#csidx8905a1dc7c3d29c88801c9743da6217

 

 

수요예측을 누가 하는가를 살펴보자. 우선 사업을 하려는 지자체가 있다. 지자체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사업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치적으로 부풀릴 수밖에 없다.

말도 많던 의정부 경전철에 지난 5월 28일 파산이 선고됐다. 의정부 경전철의 파산신청으로 다시 민자사업 경전철이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왜 문제가 반복되는가. 

개통 4년 10개월 만에 파산선고를 받은 의정부 경전철. / 의정부 경전철 홈페이지

개통 4년 10개월 만에 파산선고를 받은 의정부 경전철. / 의정부 경전철 홈페이지



의정부 경전철은 개통 후 4년 반 동안 500억원의 운영손실을 입었다. 이렇게 된 것은 수요예측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통행수요 추정은 하루 평균 첫해 7만9000명에서 30년간 최고 15만1000명까지 이용하는 것이었다. 의정부 시민이 43만명이니 5명 중 1명은 매일 한 번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하지만 첫해인 2017년에는 1만2000명밖에 되지 않았다. 최소 6배 이상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다소 나아진 지금도 유료승객은 하루 2만4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파산의 여파로 의정부시는 경전철 운영회사에 시예산으로 최대 2000여억원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비숫한 문제가 전국의 다른 경전철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데 있다.

너무나도 부풀려진 수요예측 
경전철 같은 장치산업은 많든 적든 기본운영비 등 고정비용이 지출된다. 따라서 사람이 많이 타든 적게 타든 비용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결국 수요가 핵심인 것이다. 2013년 감사원 감사 결과도 마찬가지로 수요예측을 핵심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정부의 책임도 크다. 정부 측에서 적격성 검사를 제대로 못한 부분, 그리고 정부가 법규를 만들지 않아 법규정이 없어서 엉뚱한 자료를 사용해 검증했던 점, 그 다음에 정부의 지도·감독이 필요했었던 점, 이런 것들이 제대로 하나도 되지 않았다. 그 결과 2011년 개통한 김해 경전철도 실제 승객이 예측치의 21%, 2013년 개통한 용인 경전철 역시 15%에 그쳤다.

경전철의 수요예측은 왜 이렇게 하나같이 부풀려졌을까? 의정부 경전철의 승객 수요는 당시 한국교통연구원이 예측했다. 

교통연구원은 아직도 당시의 연구결과에 대해 어떤 해명도 하고 있지 않다. 최종보고서 등 자료가 없다거나 담당자가 사망했다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고 있을 뿐이다. 용인 경전철도 김해 경전철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김해 경전철의 문제에 대해 자체 발간한 백서를 5년째 받지 못하고 있다, 

수요예측을 누가 하는가를 살펴보자. 우선 사업을 하려는 지자체가 있다. 지자체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사업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치적으로 부풀릴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만든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더니 50% 정도의 사업이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분석되었고, 많은 문제사업이 걸러지게 되었다. 

다음으로 시행하는 업체가 있다. 시행하는 업체는 자기가 그걸 시행해야만 건설비·운영비 등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그 이상을, 정확한 수요보다 더 많은 수요를 예측할 수밖에 없다. 수요예측의 주체 자체가 객관적일 수 없다. 세 번째로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는 전문가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전문가의 의견이라면 권위를 부여하고 신뢰를 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용역을 주는 기관에 대해 을의 입장에서 소위 갑의 요구를 반영해주는 ‘대필용역’을 할 수 있다.

교통수요, 정확한 추정은 투명성이다
도시기본계획이라는 제도의 문제도 있다.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도시기본계획의 핵심은 인구이다. 2015년 4월 국토연구원 안홍기 연구위원 등이 발표한 <지역개발사업의 과다 수요 추정 원인과 개선방안>에 의하면 133곳 시·군의 2020년 목표인구가 6249만명으로, 통계청 추정보다 1063만명이 많아 지역별로 평균 26.4%나 과다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수요예측도 이를 토대로 부풀려지기 시작한다.

교통수요라고 하는 것은 분명히 통행량이나 거주자 수, 인구 수 이런 지표들을 바탕으로 하는 계산식이 있다. 문제는 경전철을 한다는 전제에서 검증하다 보니까 당연히 수치가 부풀려지게 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경전철 도입이 전제되다 보니 최소한의 객관적인 산식마저 엄밀하게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용 가능한 숫자를 많이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인구가 줄어들지라도 오히려 크게 늘리고, 주민들의 이용도 김해처럼 인구가 15만명인데 17만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치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곳곳에서 부풀리는 방식이다. 

‘통계가 권력’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그런 수요의 기본 통계나 계산식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호검증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당장 의정부 경전철만 하더라도 수요예측에 따르는 계산 산식, 관련된 원자료를 시의회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엉터리 예측의 부담은 시민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지자체가 민간업체와 맺은 경전철사업 계약에는 계약을 해지하면 시설에 투입한 비용을 업체에 보상해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용인시는 8500억원을 물어주게 되었고. 의정부 경전철 주식회사도 의정부시에 2000억원을 보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예측도 엉터리, 검증도 엉터리, 손해는 시민들의 몫이지만 경전철 사업은 지금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경전철 개통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땅값 인상으로 혜택을 받는 주변 주민들, 개발업자들, 표를 얻는 정치인들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피해가 온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주민소송제도 등이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 책임을 묻는 경우가 없다. 여기에 최근에 경전철보다 비용이 덜드는 트램 건설이 유행이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수요예측이 없는 상황이다. 또다시 ‘덜 낭비되는’ 정도의 사업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