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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17.3][최순실 예산 이후]③관료에 휘둘린 국민소송법 무산 17년

2000년 '186억 세금낭비' 하남시장 소송 계기
이주영 의원 첫 대표발의, 참여정부 국정과제
중앙정부 반발 극심..지자체에만 도입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세금 낭비를 한 관료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국민소송법(납세자소송법)은 관료들의 반발로 17년간 도입이 무산됐다.

도입 논의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 하남시민 266명이 하남시장을 상대로 환수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관련 논의가 불거졌다. 시민들은 1999년 치러진 하남국제환경박람회로 186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며 시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후 소송이 각하됐지만 이를 계기로 참여연대 등 67개 시민단체가 ‘납세자소송 특별법’을 입법청원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이주영 의원은 2001년에 처음으로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법안은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이 의원은 “당시 정부를 비롯해 관계자들 간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도입이 본격화됐다. 참여정부는 2003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12대 국정과제 중 재정세제개혁과제 중 하나로 이를 포함시켰다.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 추진위원회가 국민소송법 시안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관료들의 반발이 컸다. 이에 따라 우선 지방자치단체부터 도입하기로 하고 2006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소송제가 신설됐다. 현재는 ‘회복하기 곤란한 손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공금 지출’ 등에 대해 지자체장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국민소송법 도입은 무산됐다.  

지난해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출범하고 ‘최순실 예산’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도입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천정배 국민의당·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관련 법을 대표발의했다. 박주민 더민주 의원도 이달 중으로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나라살림연구소 등과 논의를 거쳐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선캠프도 참여정부 국정과제였던 국민소송법을 대선공약으로 검토 중이다.  

이상민 의원은 “관료들이 반발했고 의원들은 관료들에게 휘둘리면서 국민소송법이 그동안 도입되지 못했다”며 “경영 손실을 끼친 기업 대표에게도 손배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세금을 탕진한 공직자를 예외로 두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예산 이후]③관료에 휘둘린 국민소송법 무산 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