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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미디어오늘] 사상 첫 2020년? 기사 속 비유의 거짓말

평범한 독자에 전문적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언론이 지닌 숙명이다. 문제는 기사를 쓰는 기자도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기자는 꼭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평범한 상식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아마추어리즘’이 기자에게는 더 필요할 때가 많다. 즉, 전문적 내용을 쉬운 글로 전달하는 ‘프로’가 기자다.

19년 중앙정부 결산 결과가 발표됐다. 재정 관련 전문용어가 넘쳐난다. 불행히도 많은 기사는 전문적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자극적 표현, 지나친 단순화, 쉬운 비유는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먼저 자극적 표현으로 실패한 사례를 보자. 지난해 적자 폭이나 국가 부채 규모를 설명하며 대부분 언론이 ‘사상 최초’, ‘역대 최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경제 수치나 재정 수치를 전달하면서 사상 최초나 역대 최대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 경제 규모와 재정 규모는 매년 커진다. “국가 부채 눈덩이…사상 첫 1700조원 돌파”가 한 언론의 1면 톱기사 제목이다. 그러나 국가 부채는 물론 국가 자산도 매년 사상 최대가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작년 GDP는 처음 1900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어느 언론도 ‘GDP 1900조원 돌파, 사상 최초’라거나 ‘GDP 1900조원,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매년 GDP가 커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치 올해는 사상 최초로 2020년이 되었다는 말을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년도와 비교하고자 한다면, 절대 액수가 아니라 GDP 대비 규모나 증가율 같은 수치를 사용해야 한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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