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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경향신문] '코로나19'로 살려낸 제로페이

서울에 ‘제로페이’ 바람이 분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열풍이다. 서울시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서울시 모바일 지역화폐(서울사랑상품권)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제로페이와 연동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로페이 전용 화폐다. 할인폭을 최대 20%로 높이자 상품권 인기가 치솟았다. 3월 23일부터 20% 할인판매(5% 캐시백 포함)를 시작한 서울사랑상품권은 열흘 만에 당초 판매예정액 500억원어치가 모두 팔렸고 추가 발행한 800억원 어치도 완판됐다.

 

서울시의 코로나 재난긴급생활비도 제로페이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한다. 이때 재난긴급생활비를 제로페이로 받는 가구에 대해서 긴급생활비 10%를 추가 지급하도록 했다. 예컨대 50만원의 긴급생활비가 책정된 가구의 경우 선불카드로 받으면 50만원을 받지만 제로페이를 택하면 55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재난 복지 정책에 제로페이 활성화 마케팅을 결합한 모양새다. 재난 대책에 올라타 ‘대박’ 난 제로페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제로페이가 불편한 사람들

 

시각장애인 이종민(가명·40)씨는 서울사랑상품권 사용을 위해 제로페이를 써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씨에게 제로페이 벽은 높았다.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은 뒤 6자리 거래승인번호를 등록하는 단계에서 진행이 막혔다. 키패드에 음성 지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이씨가 이용하는 카카오뱅크와 토스 등은 키패드 음성 지원 서비스가 있다. 결국 이씨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제로페이에 가입했다.

가입 이후 상품권 구매를 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상품권 카테고리로 넘어간 뒤에는 구매하기 버튼이 나오지 않았다. 옆으로 한 칸씩 밀면 순차적으로 음성 안내를 해주는 스크린 리더(화면 낭독) 패턴과 달랐다. 아예 ‘구매’에 대한 음성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이씨는 “구매 버튼이 없어 이리저리 눌렀는데 엉뚱한 지역의 상품권 코너로 연결됐다”며 “민간 금융앱보다 사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중략)

 

“나쁘지 않은 선택” vs “시정 실적 쌓기”

 

서울시가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책정한 재난긴급생활비 인센티브 예산은 약 150억원. 제로페이와 재난긴급생활비를 연동시킨 서울시의 방침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제로페이에 부여하는 추가 지원금이 20% 이상이라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10% 정도는 서울시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라며 “장기적으로 제로페이 활성화를 통해 소상공인의 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가 당장 생활비 지원이 아쉬운 시민을 상대로 제로페이 실적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원예산을 시정 홍보에 쓰고 있는 것”이라며 “시정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후생효과를 감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택한 방식은 맞지만 이미 정해진 지원금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 지원금은 누구든 제로페이를 선택하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정책과 제로페이 간 연동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문제와는 별개로 할인 혜택을 동반한 제로페이 마케팅은 지자체에 재정부담으로 돌아온다. 예산을 투입해 서울사랑상품권 할인 폭을 늘리면 단기간 제로페이 실적은 개선되겠지만 그만큼 재정부담도 커진다. 이 때문에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일부는 상품권 발행에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예컨대 할인율 10% 상품권을 발행한다면 8%는 시에서 부담하고 2%는 각 자치구에서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는 물론 자치구 입장에서는 재정부담이 더 크다.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20% 할인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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