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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파이낸셜뉴스] 쥐어짜도 고작 1조인데..13조 對 25조 재난지원금 경쟁

여야가 경쟁적으로 '퍼주기식' 긴급재난지원금 제안에 나서면서 재정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둔 정부가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정치권이 4·15 총선을 목전에 두고 표를 의식해 선심성 예산을 앞다퉈 주문하고 있지만 천문학적 혈세가 동원되는 재난지원금을 정치권 입맛대로 대폭 확대하기에는 재정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 파수꾼' 역할을 맡는 기획재정부와 각종 예산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퍼주기식 예산배정 압박에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이냐"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집권여당과 제1야당 모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소득 수준과 관련 없이 모든 가구에 가구원 수에 따라 40만~100만원을 지급하자는 반면 통합당은 1인당 50만원씩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여야 앞다퉈 선심성 예산 요구

지난달 30일 마련된 당정청 합의안(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에만 지급)에 드는 예산은 9조1000억원이다. 민주당 자체 추산에 따르면 지급대상을 상위 30%까지 확대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13조원이다. 원안 대비 4조원만 추가로 마련하면 된다는 것이 민주당 계산이다.

통합당안(案)대로 지급하려면 25조원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단순히 우리나라 인구수 5184만9861명(2019년 주민등록인구 기준)에 50만원을 곱해 봐도 25조9249억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통합당안은 기존 당정청 합의안보다도 약 16조원은 더 확보해야 실현할 수 있다.

 

(중략)

 

■마른수건도 짰다…기재부·전문가 난색

예산 전문가들은 두 정당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자국채를 발행하거나 세출경정을 해야 한다.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우리 재정건전성에 큰 부담을 준다. 가뜩이나 지난해 우리 재정적자는 54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도 1년 사이 50조원 가까이 불어나 699조원을 찍었다.

세출 구조조정도 한계가 있다. 이미 정부는 단 한 푼의 적자국채도 발행하지 않고 오롯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2차 추경안을 만들고 있다. 이마저도 '마른 수건을 짜는' 심정으로 진행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뼈를 깎는 세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표현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7일 낸 보고서에서 "통합당에서 제안한 방식인 예산 재구조화를 통해 마련 가능한 금액은 1조원 내외"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해외여비, 업무추진비, 관광·체육 예산사업 등 삭감이 가능한 예산내역을 공개했다.

여기에 융자사업을 이자 차이 금액으로 지원해주는 이차 보전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추가로 7조원가량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사업성 기금을 구조조정해 약 10조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를 다 합쳐도 통합당이 주장하는 100조원 확보는 요원하다.

한편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대상 확대 주장에 대해 "국회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정치권의 의견에 대해 청와대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뜻이냐'는 물음에 "가능성을 열어뒀다 닫아뒀다고 얘기하지는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