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자.”(김경수 경남도지사)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대통령님께 신속히 건의해달라.”(이재명 경기도지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재난기본소득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재난 상황으로 인한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국민에게 직접 지급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공중에서 돈을 무분별하게 살포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라고도 부른다. 일회성 조치라는 점에서 기존에 논의되던 기본소득과는 다르다.
재정 당국은 재난기본소득 전면 도입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난기본소득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는 게 효율성이 있는지 짚어봐야 하고, 재원 문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원에 한계성도 있고 국민의 공감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3월 4일 내놓은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에 재난기본소득은 포함되지 않았다.
급기야 지방자치단체별로 재난기본소득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강원도, 전북 전주시, 부산 기장군 등에서 재난기본소득 도입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보편복지와 선별복지가 혼재돼 있다는 점. 재산이나 소득과 관계없이 일괄 지급하자는 보편복지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는 취약 계층에 한정 지급하자는 선별복지로 정책 성격이 나뉜다.
서울시와 전북 전주시 등 대다수 지자체는 선별복지를 택했다. 서울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기존 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30만~5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비정규직·실직자 등 대상자를 심사해 1인당 52만70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경기도와 부산 기장군 등 일부 지자체는 보편복지를 택했다. 이곳들은 관내 모든 사람에게 1인당 5~10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월 24일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시행안을 내놓으면서 “소액이고 일회적이지만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이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 논의의 단초가 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 정책으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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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효과 극대화하려면 선별 지급해야
전문가들은 “선별복지 형태의 재난기본소득으로 복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융위원장을 지냈던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현재 정부의 감세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긴급지원금을 주는 쪽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다만 선별복지의 취약점인 복지 사각지대도 우려 대상이다. 코로나19로 손해를 본 취약계층을 현재 산출된 지난해 소득을 기준으로 걸러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태가 시급한 만큼 취약계층 여부를 판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새로운 형태의 선별복지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3월 17일 ‘재정 부담을 최소화한 재난기본소득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재정 개혁형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일정 금액을 보편복지 형태로 일괄 지급하되 추후 근로소득공제를 재정비해 고소득자의 세금을 선별적으로 환수하는 방식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이 방법은) 피해자 선별이 불필요하고 즉각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면서 “소득공제 시점이 내년이기 때문에 지난해 소득이 아닌 (코로나19로 타격을 입는) 올해 소득에 따라 세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을 포함한 대국민 직접 지원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