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각 지방정부의 '재난수당' 지급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4일 전 도민에게 월 10만원 지급을 결정한 경기도까지, 26일 현재 재난수당 지급을 결정한 지방정부는 시도 등 광역단체 12곳, 시군구 등 기초단체는 10곳이다. 충북 청주시가 25일 긴급재난생활비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청주시의회에 제출하는 등 행렬에 동참하는 지자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허덕이고 있는 지자체의 예산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수당 지급은 '무리수'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지방정부는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해구호기금 3300억원, 대구시는 재난관리기금 1000억원 및 재해구호기금 300억원 등을 활용해 재난수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재난관리기금의 경우 모든 광역 및 기초단체는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보통세의 1%를, 재해구호기금은 모든 광역단체가 재해구호법에 따라 보통세의 0.5%(특별시는 0.25%)를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한다.
재난관리기금은 사전적 재난 예방활동·응급복구·감염병 등 긴급대응과 지자체장이 재난 및 안전사고 긴급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사용한다. 재해구호기금은 사후적·임시적 구호활동에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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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난 관련 기금 집행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는 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3일 현재 재난관리기금 지출액은 지난해 대비 855억원으로,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출율이 낮다는 게 나라살림연구소의 지적이다. 3월 23일 기준 재난관리기금은 현액 총 3조8000억원 중 1600원을 사용해 지출율이 4.1%다. 재해구호기금은 현액 총 1조3000억원 중 197억원을 사용해 지출율이 1.6%에 불과하다.
이 예산들의 사용에는 제약이 따라 왔다. 현행법에는 시행령과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용도에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난관리기금은 오는 4월8일 특정활동을 제외하고 사용가능하도록 하는 '네거티브' 조항으로 시행령이 개정된다. 그러나 재해구호기금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재해구호 제공, 응급구호, 보관, 조달, 운송, 시도지사가 특히 필요성을 인정할때'에만 사용할 수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선 2개 (재난) 기금의 적극적인 사용이 요구된다"며 "지역개발기금을 사용해 코로나19 대응을 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재난관련기금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기금 존재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특히 재난 관련 기금의 집행률을 높이면서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행 소득세법의 기본공제를 삭제하는 대신 전 국민에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연구소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중앙정부가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면서도 일부 금액은 지방정부가 재난 관련 기금을 이용하여 일부 금액을 매칭해 부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전 국민이 피해자인 상황에서 경기위축을 막고자 획기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