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
영화제 예산, 왜 지자체마다 열 올리나?
영화 <기생충>에 대한 뜨거운 반응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사이다 발언’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 영화가 지난 20년간 (세계) 영화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되지 않은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봉 감독은 “오스카(아카데미)는 로컬(지역 시상식)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카데미가 미국만의 시상식이며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오만한 인식에 대한 지적이라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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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제영화제로는 1996년부터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최대의 영화제로 발돋움했다. 그 외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전주국제영화제를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많은 마이너 영화제들이 나름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영화제는 아직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원 예산은 대폭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에서 영화제 개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방재정통계시스템 ‘지방재정365’와 영화진흥위원회 사업을 분석한 결과, 2019년 4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50개 영화제, 330억원을 지원했다. 30개 지자체가 지원한 2018년보다 예산 지원액은 25.9%(262억원), 영화제 수로는 56.3%(32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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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영화제를 지원한 지자체는 전년보다 10곳이 늘어난 40곳이었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국제해양영화제·부산국제단편영화제 등 모두 7개의 영화제에 5억8000여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강릉시다. 지난해 강릉국제영화제·평창남북평화영화제를 새롭게 지원하면서 정동진독립영화제 등 3개 영화제에 시비 2억원을 지원했다. 도시의 규모에 비해 이례적이다. 오히려 서울시는 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등 5곳에서 구 차원의 영화제는 있지만 시 차원에서는 따로 진행하고 있지 않다.
중앙정부의 경우 2019년 지원한 영화제의 수는 모두 14개, 50억원이었으며 전년도에 비해 영화제 수는 두 배, 예산액은 25% 증가했다. 대규모 국제영화제 지원에서 벗어나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등 중소규모 국제영화제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것이 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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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는 지자체 홍보에 활용하기에 매우 좋은 사업이지만 문화적 여건이나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지역적 특색 없이 구색맞추기식으로 열리는 영화제는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주민들로부터도 외면받는 지자체장 치적쌓기용 사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투자와 낭비의 갈림길에 선 영화제의 현실이다. 평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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