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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7.9][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SOC가 줄어들어 불안한 사람들

[주간경향] 2017.09.19 ->> 원문보기



SOC예산은 실제로 줄었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역대 최소이지만 실제로는 줄지 않았다. 이번 예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결산을 반영한 예산이다. 집행 가능성, 전년도 이월불용액, 연차별 소요, 완공기간 등을 고려하여 감액한 것이다. 

“세출 중 가장 많이 줄어드는 것이 무엇입니까?” “SOC가 대표적일 것.” 지난 9월 1일 국회 결산심의 과정에서 야당의원의 지적과 이에 대한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답변이다. 2018년 예산에서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는 SOC(사회간접자본)예산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부분이다. 이번에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SOC예산 축소는 경기위축이라는 논리 


내년 예산안의 SOC 투자규모는 2017년 22.1조원에 비해 4조4000억원이 감액된 17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액되었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예산보다 더 줄어든 규모다. 기획재정부의 열린재정 사이트에서 공개하는 분야별 재정지출 현황을 보면 2007년에도 SOC예산은 18조3000억원이었다.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더구나 재정지출의 규모가 2007년에는 238조원이었으니, 내년 429조와 비교하면 규모는 두 배로 늘었는데 액수는 감소한 것이다. 줄곧 20조원대의 건설예산을 강력히 원했고, 그 혜택을 누려왔던 사람들에게는 공포스러운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2018년 예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언론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MBN 등 대부분의 보수언론은 철도분야에서 2.4조원, 도로분야에서 2조원 등이 감액되었다며, 지난해 실질경제성장률 2.8% 가운데 60%에 육박하는 1.6%가 건설업이 견인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연일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대책까지 겹치면 약 10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한국당의 정책위의장인 김광림 의원 등 야당의원들이 인용하며 다시 국회에서 SOC예산 축소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취업유발계수가 건설업이 13.8명으로 8.6명인 제조업보다 높다든가, SOC예산이 1조원 줄어들 때마다 고용이 1만4000명씩 줄어드는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SOC는 값싼 교통수단을 만들어 복지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SOC예산의 승수효과가 하락하고, 기존 물적 투자에서 사람중심 투자로 전환하여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한다는 논리이다. 그간 SOC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져 지출승수가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3년 조세연구원 보고서인 ‘재정지출과 거시경제정책’에 따르면 주택 및 지역개발, 보건, 교육, 모두 재정지출 승수가 0.387로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SOC사업을 너무 많이 해서 특별히 효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G20 대비 고속도로 1위, 국도 2위, 철도 6위 등 SOC 부분은 양적으로 최고 선진국가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물적 투자에서 사람중심 투자로 전환하여 복지 확대에 따른 민간소비 증가로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IMF나 세계은행, ILO 등 국제기구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을 성장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SOC 감축 반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안전, 지역균형발전은 물론 SOC를 통해 가장 왕성한 지역생태계가 이루어지고 있음, 반면 복지는 일회성·소비성 지출이므로, 절대 SOC 신규예산을 줄여서는 안돼”(한국당 김성원 의원), “총리가 SOC예산 삭감해서 복지예산에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SOC예산은 결국 일자리를 장기적으로 창출하는 예산.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지예산이다. 그런데 이 예산을 줄여서 선심성에 가까운 복지예산으로 전용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한국당 백승주 의원)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문제는 누구를 대변하는가이다 

한마디로 SOC에 대한 집착은 과거에 형성된 가치관도 작용하지만 정치적으로 본인들이 대변하는 세력과 기반을 보여주고 있다. SOC는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주장 속에는 지역이 그 돈으로 먹고산다는 논리가 들어 있다. 실제로 그 돈이 지역주민에게 직접 전달되지는 않으므로 지역의 토건이 낙수효과로 주민들에게 간다는 논리일 수 있다.

문제는 재정지출효과가 떨어지는 데다가 고용효과마저도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도 증명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실증연구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연구원 김경혜 선임연구위원팀이 2014년 발표한 ‘사회복지 재정지출의 사회·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는 생산유발효과는 10억원당 23.2억원, 고용효과는 직접고용효과 6.5명, 간접고용효과 19명 등 총 25.5명의 고용창출효과였다. SOC 감액으로 고용이 줄더라도 복지 등 증액되는 부분의 고용 증가는 더 크다. 결국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이야기하는 SOC 경제효과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게 되었다. 

또 하나 단골로 등장하는 이슈로는 지역편향 주장도 있다. 한국당은 영남 SOC 피해를, 국민의당은 호남 SOC 피해를 주장한다. 이것은 사실이다. 호남은 903억원, 영남은 9217억원이 감액되었다. 하지만 진실은 모두 감액되었기 때문에 자기지역만의 피해를 주장하는 것은 논리가 약해진다. 지나친 영남 편중 때문에 영남 예산이 많이 감소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SOC예산은 실제로 줄었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역대 최소이지만 실제로는 줄지 않았다. 이번 예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결산을 반영한 예산이다. 집행 가능성, 전년도 이월불용액, 연차별 소요, 완공기간 등을 고려하여 감액한 것이다. 부풀려졌던 예산을 줄인 것이다. 예전에는 관행적으로 이월해온 것이다. 결국 경기위축 논리는 거의 설득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사용되지 않은 돈이 경제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SOC 감축에 대해 너무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된다. 예산은 다른 국민에게 가는 것이다. 다만 어떤 국민에게 가는가가 중요하다. SOC 관련 업계로 가는 것인지, 국민들의 복지로 가는 것인지. 불안해하는 분들은 바뀐 시대의 현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직접 표를 주고 후원하는 사람들 때문일 수도 있다. 다만 시대가 바뀌어 SOC만을 지지하는 국민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보수야당에서도 생각이 바뀐 정치인들이 많아진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은 시대를 앞서가면 좋겠지만 시대를 반영만 해도 바람직하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들 때문에 혼란과 낭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