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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16.10]줄줄새는 나라살림④ "과학자 실버타운이 사기진작책이라고"

[시사저널e] 16.10.12 정지원 기자

"대통령 지시로 갑자기 추진하다보니 엉성"…예산 570억원


미래창조과학부가 은퇴 과학기술자를 위해 사이언스 빌리지를 지으면서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자 사기 진작이라는 정책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이언스 빌리지 사업은 지난해 대통령 지시로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입주자 선정 기준, 이해 관계자 의견 수렴 미비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래부가 대전대에 의뢰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안정성, 보수, 연구자율성, 직업 성취감 부족이 과학기술인이 이직을 희망하는 이유로 나타났다. 이에 사이언스빌리지 사업이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미래부는 대전시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연면적 약 2만5700㎡ 규모​로 사이언스 빌리지(240세대)를 짓고 있다. 해당 사업의 총사업비는 460억원(국비 160억원)규모다. 부지비용 110억원을 합하면 총 570억원이 투입된다. 

미래부는 지난해 예산 16억8000만원을, 올해 배정된 예산 40억원 중 20억원을 집행했다. 내년도 예산으로 100억3200만원을 요구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지난해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들어간 사업”이라고 답했다. 

◇필요와 동떨어져…과기인들, "실버타운, 과기인 사기진작에 실효성 낮다"

대전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출연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은 직업 불안정, 연구 자율성 부족 등을 이직 사유로 꼽는다. 

정부 출연 연구소 연구원은 “정권 입맛에 따라 연구과제가 좌지우지되기 일쑤다. 그러니 매번 혁신 과제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연구자들은 연구비 따내기 위해 정부 발주 연구에만 매달리는 현실에 지친다. 또 연구비를 받기 위해 처리해야할 각종 행정 업무 탓에 사기가 떨어진다”며 “실버타운보다 정권이나 정책기조에 영향받지 않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업체 과기인들은 직업불안정성, 성취감 부족에 시달린다. 특히 정보기술(IT) 업계 개발자들은 고용불안정과 주 60시간에 달하는 노동강도, 낮은 보수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 IT 부서원은 “국내 IT​ 종사자들은 업무강도가 높다보니 빠르게 돌아가는 기술을 좇아갈 시간도 체력도 모자라 도태된다”고 말했다.

나경훈 IT노조  사무국장은 “IT 종사자는 소모품으로 취급받는 탓에 사기가 많이 떨어진다. IT 기술자는 인건비를 후려치기해 일만 맡기면 된다는 식이다. 사기를 진작하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예산이 부동산에 들아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는 전형적 전시행정”이라며 "과학기술인 복지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정부는 과기인들이 사업실패, 출산, 실직 등 일을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먼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술한 사업계획​"과학기술인 정의 모호" 
대덕 사이언스빌리지 조감도 / 사진=대전과학기술인도 업종,

 

과학기술인도 업종, 고용 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누구를 정책 목표로 삼는지 모호하다. 일단 짓고보자는 식이다. 이러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미래부는 내년초 입주 우선순위를 발표할 계획이다.

미래부 관계자에게 과학기술인이 누구냐고 묻자 “일반 과학기술인 전부가 포함된다”고 하면서도 “개개인마다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입주대상 선정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우선순위 기준은 국가 과학 발전에 기여한 공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이언스빌리지의 입주대상을 급여, 업무종류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출연연 소속 연구원은 “대기업 소속 연구원은 정부 출연연 연구원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다.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 간에도 급여 수준이 천지차이다. 석사 학위 소지자인 비정규직 연구원 초봉이 4000만원가량인 곳도 있다”고 말했다. 

소속 업체에 따라 구분하기보다 업무를 기준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출연연 소속 연구원은 “정부 출연연에서 일한다고 무조건 과학기술인으로 분류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행정직을 연구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했지만 과기인으로 대접 받지 못하는 이도 많다. 민간기업 기술 개발자 상당수가 과기인으로 분류되지 않아 각종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환민 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게임개발자는 과기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게임 개발자를 과기인이라고 봐야한다는 의견이 다수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해당사업은 지난해 VIP(박근혜 대통령)지시사항으로 추진됐다. 과학기술인을 위한 실버타운 건설은 특별히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확인 결과 미래부 관계자는“지난해 대통령 지시로 갑자기 들어갔다. 첫 사업이다보니 미흡한 점이 많았다. 이에 일단 사업을 추진하면서 의견을 수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지원 기자 ㅣ yuan@sisajourna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