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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15.7]JTBC 탐사플러스 - 도로보수 돈 받아 관사 증축…'깜깜이' 예산 폐해

[JTBC] 15.7.1 김태형 기자


[앵커]

예산을 배정받을 때와는 다른 곳에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고가 잦은 지역의 도로를 보수하라고 배정된 돈으로 자신들이 일하는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심지어 관사를 증축한 공무원도 있습니다. 세부내역을 정하지 않고 통째로 예산을 떼어주다 보니 벌어지는, 이른바 '깜깜이' 예산의 폐해입니다.

김태영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구부러진 가드레일은 흙으로 덮여 있습니다.

지난 1월 일가족이 탄 승용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4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고 5개월 넘게 지났지만, 속도를 늦추라는 경고 안내나 사고 발생 지점이란 표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근 주민 : (도로가) 파여져 있던 거야. 일자로 파였어요. 하마터면 사고 날 뻔했어요. 어두워서 더 안 보였죠.]

그런데 해당 국도를 관리하는 국토관리사무소가 도로유지보수 명목으로 받은 예산 일부를 엉뚱한데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청사 안전진단과 관사 증축에 2억 6천여만 원을 사용한 겁니다.

다른 국토관리사무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남 진주와 창녕을 잇는 33번 국도입니다.

도로 곳곳에 구멍이 나 있고, 공사 자재 등 위험 요소들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국토관리사무소는 도로유지보수 비용을 청사 리모델링에 썼습니다. 11억 원입니다.

지난해 도로유지보수 예산 가운데 30억 원이 다른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모두 도로와 관련없는 사업으로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목적 외 사용'에 해당됩니다.

법을 어긴 건데 처벌할 방법도 없습니다. 



[정창수 소장/나라살림연구소 : 예산 자체가 법이 아니어서 그것을 어겼을 때 처벌하거나 행정적인 책임을 묻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다음해 해당 사업의 예산을 감액하는 조치가 전부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에도 도로유지보수 비용으로 청사 조명을 교체해 문제가 된 바 있습니다.

취재팀이 지난 5년간 '목적 외 사용'한 예산을 조사해본 결과, 확인된 것만 137건, 금액은 1290억 원이 넘습니다.

국토부는 청사 리모델링 등이 도로유지 관리에 포함된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 개인 주머니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데 썼지만 예산항목이 다르다 그 차이지 엄청나게 잘못된 게 아니거든요.]

정부는 뭉터기로 선심쓰듯 떼주고 일선에선 엉뚱한 곳에 쓰는 '깜깜이' 예산에 매년 수백억원이 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