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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15.3] 평창 4종목만 국내 분산해도 공사비 3720억 아낀다

[한겨레] 윤형중 허승 기자 15.3.9

 

 

[심층리포트]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 늦지 않았다 (상)
설계업체 2곳과 시뮬레이션 해보니
아이스하키·피겨·쇼트트랙·활강
목동·송파 링크-무주 스키장 활용
명분 훼손않고 공사기간 무리 없어
IOC ‘어젠다 2020’ 개혁안과도 부합
<한겨레>가 중견 건축설계업체 2곳과 공동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일부 종목을 옮기는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3720억원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분산 대상은 강원도 올림픽이라는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 효율성이 높은 아이스하키장 1·2, 피겨·쇼트트랙 빙상장, 알파인스키 경기장 등 4곳을 택했다. 경기장 재배치를 위해 확장 혹은 보강하는 공사를 할 경우 시공 기간도 12개월 안팎인 것으로 나왔다.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정부나 조직위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다. 설계팀은 “설계와 토목공사를 병행해 속도를 내면 8개월로 당길 수 있다”고 했다. 늦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야구장·수영장·체육관, 골프장·스키코스를 설계한 실적을 갖고 있는 두 건축설계업체는 분석의 정밀성을 위해 등고선 5m 간격의 수치 지도와 대안 경기장의 설계도 원본을 확보했다. 국회 박홍근 의원실도 작업을 도왔다. 대안 경기장 설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테크니컬 매뉴얼을 따랐다. 대안이 검토되고 있는 기존 경기장의 공정률은 모두 10% 이하다.

분석팀은 강릉에 짓고 있는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 대신 서울시 방이동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올림픽수영장을 개조해 아이스하키장으로 활용할 경우 매몰비용(129억원)과 리모델링 공사비(182억원)가 들지만 총사업비 1079억원의 기존안에 비해 768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올림픽 뒤에 빙상장을 철거해 수영장으로 복구하는 비용도 포함시켰다. 관동대 안에 짓는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로 대체하면 369억원,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인 피겨·쇼트트랙 경기를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옮겨 개최하면 883억원을 절감한다. 정선군에 건설하고 있는 가리왕산 중봉 알파인스키장 대신에 전라북도 무주리조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결과 절감효과는 1700억원에 이르렀다.

평창겨울올림픽 분산개최 논의는 지난해 12월8일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어젠다 2020’을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촉발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분산개최는 의미가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시민·체육단체의 국내 분산개최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어젠다 2020의 핵심 내용이 지속가능성과 경제올림픽, 1국가 1도시 원칙의 파기다. 평창조직위가 협상 의지만 있다면 일부 종목의 분산개최 요구를 아이오시가 거부할 명분은 없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스포츠 이벤트의 경제효과가 없다는 것이 부산·인천아시안게임, 포뮬러원(F1) 대회를 통해 경험적으로 확인된 이상, 지금이라도 재배치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강원도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이득”이라고 말했다.

윤형중 허승 기자 hj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