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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14.11]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타당한가…첫 시민토론회 개최

[경향신문] 배문규 기자   14.11.13

 

서울시민연대가 13일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서울역고가 공중공원화사업,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제를 하고 있다.

서울시민연대가 13일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서울역고가 공중공원화사업,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제를 하고 있다.

너비 8.4m, 길이 914.5m, 높이 17m. 왕복 2차로 ‘서울역 고가도로’는 서울역에 내려 처음 맞닥뜨리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서울역 고가는 안전문제로 2014년 철거 예정이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중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사업 반대 측은 교통과 안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의 무리한 사업 추진을 두고 근본적인 도시철학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서울시민연대가 ‘서울역고가 공중공원화 사업,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13일 개최한 첫 시민토론회에서도 찬반 양측이 사업의 타당성과 절차상의 문제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1969년 4월4일 착공돼 1970년 8월15일 준공됐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개발독재 시대의 잔재인 고가도로를 원래 계획대로 철거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홍성태 교수는 “서울에 세워진 고가도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임명한 ‘불도저’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김수근 건축가의 자문을 받아 만들었다”면서 “고가도로는 근대화를 과시하기 위한 ‘서울 개조’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홍 교수는 한국 대표 건축가로 꼽히는 김수근이 박정희 시대 만들어 낸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들이 르 코르뷔지에(1887~1965년·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스 건축가)의 잘못된 구상을 모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역 고가는 경관을 훼손하고, 주변 교통과 지역 상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서울역 고가의 경우 안전문제가 발생했고, 교통에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됐다면 당초 계획대로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모범으로 제시한 미국 뉴욕 ‘하이라인 파크’나 프랑스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와는 전혀 조건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 총괄건축가 승효상이 내세운 ‘보존, 재생, 연결’의 개념은 서울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박정희-김현옥-김수근의 잘못을 ‘보존, 재생, 연결’해서는 안 된다”면서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것이 서울의 경관을 되살리고 생태문화도시로 나아가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김종립 과학 칼럼니스트는 고가도로의 역사와 한계에 대해 발표했다. 김종립 칼럼니스트는 “고가도로는 도시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고가 위에서는 사람이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대중교통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면서 “실제 교통난을 해결하려면 지하철을 건설하거나 버스를 늘려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현옥 서울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가도로를 지었고, 교통량이 크게 늘어난 오늘날 오히려 도시의 애물단지가 됐다. 도심 내 교차로 소통을 위해 지은 고가도로가 도심 교통난을 악화시킨 것이다. 결국 2002년 떡전고가도로를 시작으로 16개 고가도로가 철거됐다. 김종립 칼럼니스트는 “고가도로는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도시 경관을 해치고, 주변 지역을 슬럼화시키며, 노후화되어 안정성마저 의심 받는 도시의 골칫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김택근 서울시 도로관리과장은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의 긍정적 가능성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근대화의 상징으로 시작해 이제는 수명을 다한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역 고가는 보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관문에 위치한,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유산이라는 것이다. 또한 주변에 서울역, 숭례문, 남대문 시장, 남산 등과 연계하면 문화관광자원 개발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서울역 고가는 감사원 감사결과 D등급을 받으면서 철거가 결정됐다. 김택근 과장은 “D등급은 보수를 하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상판을 교체하면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제2롯데월드 등에서 교통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교통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기본적으로 도심 진입 차량은 수요를 억제한다는 정책 방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가를 철거해도 새로운 고가를 다시 짓는데는 부정적이다. 김택근 과장은 “교통대책으로 의주로와 퇴계로를 연결하는 신호 조정을 하고, 다양한 기법과 정보제공을 통한 교통량 분산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종합 교통개선대책이 내년 6월에 나온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의 ‘보행 네트워크’ 기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철도와 도로로 분절된 서울역 일대를 고가 공원을 통해 도보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사업계획안을 보면 계단, 엘리베이터를 서울역광장과 인접건물, 지하철역, 시·종점부에 설치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으로 되어있다. 서울시가 13일 발표한 ‘서울역고가 활용방안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서울역고가를 ‘도보환승센터’로 만드는 계획이 1등을 차지했다.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의 사업비와 절차상 문제도 논란거리다. 김광수 서울시의원은 서울역 고가를 통한 도심 녹지확보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김광수 시의원은 고가상부 면적 9961㎡의 절반인 4831㎡와 고가하부 유휴지 9807㎡, 그리고 교각 25개 면적 942㎡ 등 총 1만5580㎡의 면적을 녹지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3748㎡ 면적의 세운초록띠광장이 1000억원이 들었는데 서울역고가는 사업비 380억원으로 세운초록띠광장의 4배가 넘는 녹지공간을 도심 한복판에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광수 시의원은 남대문시장 상인 등 지역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현재 남대문시장을 승용차로 찾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고가도로가 생기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오히려 상권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수 시의원은 “380억원은 각 자치구에 공원 한 두개를 만드는 정도”라면서 “거대한 녹지를 확보하면서 재생을 주제로 한 랜드마크를 가질 수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서울역고가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이전까지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조한 소통과 경청이라는 시정운영 방식과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손종필 부소장은 “사업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기도 전에 내년 사업비를 편성했다”면서 “짜놓은 틀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업 진행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비판도 나왔다. 손종필 부소장은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의 공문을 살펴보면 지난 8월27일 시장방침이 발표되고 불과 2~3개월 만에 예산안까지 제출됐다”면서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반대가 나오는 사업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치른다는 것은 과거 김현옥 시장의 추진 방식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시장 공약을 서둘러 완성하기 위해 ‘비민주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종필 부소장은 “청계천 복원도 완성한 뒤에는 모습도 좋고 사람도 많이 오는 등 목적과 결과는 좋았다”면서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노출됐고, 밀려난 상인들이 자리를 잡은 가든파이브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부소장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부작용을 계속 낳는다”면서 “서울시는 조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보를 개방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조감도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