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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나라살림 연구소

[14.3]지자체 살림살이

·6·4지방선거가 두 달 남았다. 민선5기 지자체장들은 지역 살림살이를 활짝 펴주겠다던 약속을 얼마나 지켰을까. 지자체장의 살림솜씨에 따라 주민의 삶의 질에 큰 차이를 드러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돈이 얼마나 있을까. 빚은 얼마나 될까. 다른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내가 사는 지자체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빚을 내서 시작한 지자체의 사업들은 수익은 나는 사업들일까. 과연 내가 낸 세금은 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을까. 이 지역의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낸 세금을 용처도 알리지 않고 함부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역주민들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해주겠다던 지자체장들은 과연 그 약속을 잘 지켜왔을까.

앞으로 두 달 후면 지방선거다. 지난 4년간 지역의 살림을 도맡았던 지자체장들의 가계부를 들여다봤다. 지자체가 매년 발표하는 재무보고서는 지자체의 현재 재정상태와 한 해 동안의 씀씀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다. 재무보고서에 기록된 수치만으로 지자체가 내실 있게 살림을 꾸려왔는지 절대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각 지자체는 인구나 면적, 규모 면에서 상이한 조건을 갖고 있다. 또 지자체 재정의 상당 부분은 중앙정부의 재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20대 80인 상황에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평가는 어렵더라도 비교를 통한 상대적인 평가는 가능하다. 지자체의 현재의 재정상태와 과거의 재정상태를 비교해볼 수 있고, 다른 지자체와의 비교를 통해 내가 사는 지자체의 재정 운용 실태를 제한적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12년도 재무보고서를 기준으로 16개 광역시·도의 재정상태와 재정 운용 상황을 파악하고, 4년 전인 2008년에 비해 16개 광역시·도의 재정 상황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확인했다. 2008년 지표는 2008년 재무보고서를 바탕으로 희망제작소가 분석한 <2009 지방재정 평가지표>를 참고했다.

지방재정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은 지자체의 빚이다. 빚은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16개 광역시·도 중 빚이 가장 많은 도시는 어디일까. 지자체의 규모나 자산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각 지자체의 총부채를 그대로 비교하기보다 총부채를 주민 수로 나눈 ‘주민 1인당 총부채’를 살펴봤다. 2012년 현재 주민 1인당 총부채가 가장 높은 도시는 제주도다. 제주는 2012년 기준 주민 1인당 183만4000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인천시다. 인천은 157만5000원으로 제주도 다음으로 주민 1인당 부채액이 높다. 세 번째는 울산시다. 울산시는 주민 1인당 98만7000원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과 울산은 주민 1인당 총부채액도 많았지만, 부채증가율 또한 높았다. 인천시는 2008년 74만3000원에 비해 125.6%가 상승했다. 울산은 2008년 57만9000원에 비해 70.5%가 증가했다.

인천시의 부채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책임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임 시장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벌여놓은 사업으로 인천시의 부채 증가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송영길 인천시장이 부채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주장이다. 김송원 인천 경실련 사무처장은 “워낙에 전임 안상수 인천시장 때 벌여놓은 사업이 많다 보니 빚도 구력이 있어서 자꾸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현 송영길 인천시장이 재정위기 문제를 뒤늦게 인식해서 진단이 늦어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인천시의 총부채는 급격히 늘어나 2011년 약 11조원이었던 부채가 1년 만에 13조원으로 급증했다.

빚을 ‘투자’의 개념으로 본다면 부채의 증가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빚을 내 수익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해 이득을 본다면 장기적으로 지역의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울산시의 경우는 어떨까. 2008년에 비해 2012년 주민 1인당 부채액이 증가한 것에 대해 울산시청 관계자는 대규모 산업단지인 하이테크밸리에 투자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부채가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테크밸리는 울산 울주군 삼남면에 207만3000㎡ 규모로 지어지는 대규모 산업단지다. 아직 분양이 안 됐기 때문에 오는 6월 분양을 시작하면 부채는 감소하고 오히려 재정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울산시민연대 측의 이야기는 다르다. 울산시민연대 관계자는 하이테크밸리가 당초 예정보다 규모가 축소되었는데, 그 이유는 수요 예측이 잘못돼 공급이 과잉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향후 분양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공사를 울산도시공사가 진행하고 있는데, 공기업 재정적자 문제가 더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울산은 이미 KTX 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이 분양률 저조 등으로 계획대로 되지 않아 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37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8년 준공될 울산전시컨벤션센터가 적자를 낳는 애물단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자칫하다가는 빚이 수익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인천처럼 빚이 빚을 낳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방재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또 하나가 재정자립 능력이다.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 능력은 주민 1인당 자체조달수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체조달수익이란 말 그대로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보조나 지원 외에 자체적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을 의미한다. 지방세 수익과 지자체가 시행한 각종 사업 등으로 거둬들인 세외수익을 더한 것인데, 주민 1인당 자체조달수익이 높으면 재정자립 능력도 높다. 또한 자체조달수익 증가율이 높을수록 지자체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08년과 2012년의 주민 1인당 자체조달수익 증가율을 비교해본 결과 증가율이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은 경기도와 인천시 두 곳이었다. 특히 주민 1인당 자체조달수익이 140만원인 인천시에 비해 경기도는 65만원으로 자제조달수익 자체도 낮은 데다가 그나마 뒤로 후퇴한 셈이다. 그만큼 지방세 수익이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엉터리 세수추계, 무심한 도세 징수 등으로 야당의원들로부터 재정위기 책임론에 대한 맹공을 받았다.

재정자립능력은 지역민들에 대한 지자체의 복지 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정자립능력이 높은 제주도나 서울시, 울산시, 부산시 등은 지역민들의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주민 1인당 주민편의시설 규모’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주민 1인당 주민편의시설 규모는 도서관, 주차장, 공원, 박물관, 미술관, 동물원, 문화시설, 체육시설, 복지시설 등 주민 1인당 지자체의 주민편의시설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1위는 서울시, 2위가 제주도, 3위가 대전시다. 반면 재정자립능력이 낮은 지역으로 갈수록 주민 1인당 편의시설의 규모도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비슷한 재정자립능력을 보여주더라도 주민 1인당 편의시설 규모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체조달수익으로 비교해본 경북도와 충북도의 재정자립능력은 비슷하다. 경북도는 51만원, 충북도는 53만원이다. 그러나 충북도의 주민 1인당 편의시설 규모가 2012년 기준 21만원인 데 비해 경북도는 4만8000원으로 최하위다. 경북도보다 재정자립능력이 낮은 전남도도 1인당 주민편의시설이 23만원인 것에 비하면 현격하게 낮은 수치이다. 경북도는 2008년 지표에서도 주민 1인당 편의시설이 2만9000원으로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경북은 복지 수준을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인 ‘주민 1인당 교육기관 지원금’도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1인당 교육기관 지원금은 서울시, 제주시, 인천시, 울산시 순이었으나 경북도는 8만4000원으로 1위인 서울시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경북 구미시의 김수민 녹색당 의원은 “경북은 교육 관련 예산규모도 그렇고 무상급식 실현율도 낮아서 교육에 대한 지원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이쪽에 공장이 많다 보니까 선거를 해도 공장 유치해 일자리 늘리겠다는 식의 공약만 내걸고 주민편의시설이나 교육 등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여 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실질적인 생활을 개선시키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자체장이 주민들의 실제 생활을 개선하는 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지역주의가 높은 지역에서 도드라지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지역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영남이나 호남은 견제세력이 없다. 교육예산에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쓰는 비법정 경비는 전체 예산에서는 적은 부분이지만, 지역별로 100배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일당이 독점하면 예산이 주민의 삶의 질이나 복지에 쓰이기보다는 개발이나 이익집단으로 가기가 쉽다”고 말했다. 구미시 김수미 의원은 견제세력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은 지방자치에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할 때 당시 행정안전부에서 표준 조례안을 3개 보냈고 지역 의회에서 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대다수가 세 가지 안 중 가장 추상적이고 짧은 조례안을 선택했다. 김 의원은 “참여예산제를 할 의지가 없는데 위에서 시키니까 억지로 아주 간단한 조례안을 선택한 셈인데, 그래도 견제세력이 있는 구미나 대구 북구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표현이 들어간 조례안을 선택했다”며 “견제세력이 있는 의회 구성이 시 행정을 바꿀 수 있고, 실제로 주민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 견제세력이 있을 때 돈을 쓰는 것도 투명하게 이루어진다. 재무보고서에서 공무원 1인당 행사비, 출장비 및 업무추진비, 기타운영비의 내역을 합산해 가장 많은 지역을 따져봤다. 행사비는 지자체가 주최 또는 참여하는 행사 개최 및 지원을 위한 경비이고, 기타운영비는 지방자치단체가 손해에 대한 배상 목적으로 지급하는 손해배상금 및 국가배상금을 비롯해 분류되지 않는 모든 기타운영비 등을 포함한다. 공무원 1인당 비용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높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공무원들의 씀씀이가 크고 비용이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2012년 재무보고서 기준 공무원 1인당 각종 비용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도, 대구시, 광주시, 울산시 순이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291906251&code=910100#csidxbc85652c4d5876ba2626287ef83879f